시와 憧憬

장석남,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cassia 2019. 5. 23. 17:59

장석남,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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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를 배달하며…


   빨래는 한낮의 따가운 볕에 잘 마르겠지만 마음은 열기가 꺾인 저녁 해라야 더 잘 마른다. 이글대는 불에 마음을 그대로 말렸다간 그을려 까맣게 타버리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같은 불이라도 기울어 사납지 않고 다감한 몽상의 불이다. 이 다감한 불의 이미지가 저녁의 시간대를 부르고 노을빛을 닮은 소를 부른다. 이삭 핀 보리의 따가움이 부드럽게 다가오는 것도 송아지 등을 핥는 어미소가 있어서다. 저녁해와 어미소와 보리밭을 불어가는 바람이 흙탕물에 핥퀸 마음을 핥아준다. 이 불은 그러니까 '젖은 불'이다. 나는 젖음으로서 마른다는, 고통을 마주함으로써 치유된다는 역설이 이미지의 역동적 힘에 의해 가능해졌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마을을 핥는 문밖 마음'이 있었다는 기억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문학집배원 박성우 시인 손택수 2019-05-23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출전 : 장석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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