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김행숙, 초혼(招魂)

cassia 2019. 1. 31. 09:41

김행숙, 초혼(招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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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초혼招魂」을 배달하며…


새해가 될 때마다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나만의 요정, 혹은 순수한 꿈을 잃어버릴까봐 자라기를 거부하는 아이가 항상 내 속에 있었죠. 스무 살부터는 서른 살이 올 것 같아 두려웠어요. 최승자 시인이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삼 십 세」)라고 노래했던 뻔뻔한 얼굴의 서른 살이 무서웠습니다.*
세월이 자꾸 흐르니까 잃어버린다는 것은 잊어버린다는 것의 다른 말이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사랑했었던 누군가에 대한 기억을 잊고 좋아했던 사물들과 장소들을 잊고 가끔은 내 존재도 까맣게 잊어버려요. 그렇지만 너무 겁먹거나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고 시인은 말해줍니다. 떠나간 사람들의 얼굴,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는 물건들, 그리고 우리의 꿈들이 앞뒤를 모르고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우리를 찾아오거든요. 장롱 밑으로 굴러 들어간 연필처럼 어느 날 불쑥! 이곳에서 우리가 함께 읽었던 시들도 그러하기를 기대해봅니다.
 

*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 지성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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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시인 진은영 2019.01.31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품 출처 : 김행숙 시집, 『1914』, 현대문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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