連載 칼럼

[정혜영의 근대문학] (72) 탄실 김명순과 해결되지 않은 역사

cassia 2016. 12. 3. 16:56



탄실 김명순과 해결되지 않은 역사

 


"조선아(중략)/ 이다음에 나 같은 사람 나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 보아라 (중략)/ 이 사나운 곳아, 이 사나운 곳아." 김명순의 시 '유언'(遺言`1924)의 한 구절이다. 식민지 조선의 운명에 대해 누구나 가슴 아파하던 시기에 김명순은 조선을 향하여 왜 이처럼 모진 말을 내뱉었던 것일까.

시 '유언'과 같은 해에 발표된 소설 '탄실이와 주영이'를 통해 그 답을 들을 수 있다. '탄실이와 주영이'는 일본인 장교에게 정조를 유린당한 조선 여성 권주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나카니시 이노스케의 소설 '너희들의 등 뒤에서'(1923)에 대한 답글로 창작되었다. '너희들의 등 뒤에서' 발표 직후 조선에서는 권주영이라는 이름의 소설 속 여주인공이 소설가 김명순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말이 돌았고, 이로 인해 김명순의 치명적 상처가 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김명순의 치명적 상처란 1915년 당시 일본 육사생도였던 이응준에게 도쿄의 한 연병장 근처에서 데이트 강간을 당한 사건을 말한다.

김명순이 강간 충격으로 자살시도를 하면서 이 사건은 당시 일본 언론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마침내 김명순은 졸업을 눈앞에 두고 도쿄의 한 여학교 졸업생 명부에서 제명당하게 된다. 10여 년이나 지난 이 사건이 나카니시 이노스케의 소설로 인해 사람들의 기억에 떠오른 것이었다. 사건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기생 딸이라는 김명순의 출생 문제가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김명순 본인이 피해자였음에도 기생의 딸이라는 그녀의 '나쁜 피'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이 이어졌다. 이와 같은 세상의 무수한 소문과 비난, 편견에 대해 김명순은 자신의 아명을 딴 탄실이라는 이름의 여주인공을 내세운 '탄실이와 주영이'를 통해 대응한 것이었다.

소설에서는 부호의 첩이었던 기생 출신 어머니와 관련한 어두운 기억, 아버지의 죽음과 집안의 몰락, 가난 속에서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 선택한 일본 유학 등 자전적 이야기가 담담하게 기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명순은 연모한 조선인 남성에게 정조를 유린당하고 버려진 탄실이와, 일본 장교에게 홀려 정조를 버린 '너희들의 등 뒤에서'의 주영이는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조선의 비인간적 보수성 역시 함께 비판하고 있다.

소설은 탄실이가 일본 육사생도 태영세(이응준을 모델로 한 인물)와 대면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김명순의 마음이 강간의 기억까지 담담하게 기술할 정도까지는 치유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김명순은 소설 형식을 빌려 기생 딸이라는 삶의 이력과, 천형과 같은 이 이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의 처절한 노력을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 대한 조선 사회의 반응은 잔혹하고 차가웠다. 조선 문단을 대표하는 여러 남성 작가들이 나서서 그녀의 소설뿐 아니라 존재 자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결국 김명순은 이처럼 사나운 조선 땅을 버리고 일본으로 향했고, 일본에서도 불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51년 쉰여섯의 나이에 도쿄의 한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할 때까지 그녀는 자신을 강간하고 버린 일본 육사생도 이응준의 승승장구를 지켜봐야 했다. 이응준은 일제강점기 동안은 자랑스러운 대일본제국의 장교로서 중일전쟁에 참여하여 조선인 참전을 독려했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초대 육군참모총장이 되었다. 그는 김명순이 죽은 뒤에도 30여 년의 세월을 영화롭게 살았다. 김명순과 이응준의 엇갈린 삶의 이력을 보면서 우리는 역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잘못된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된다고 했던가. 지금이라도 김명순을 문학사에서 복원시켜, 잘못된 역사의 한 고리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사진 : 한국 최초 근대 여성 소설가 김명순)
         

  클릭要

 

 

정혜영 대구미래대 산학협력교수 / 출처 : 2016.12.03 (토)

 





 

한국 최초 근대 여성 소설가 김명순 단편 발굴

 

▼더 보시려면 두드리기要...^^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0/20161020001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