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홍신선,「사람이 사람에게」(낭송: 홍신선)

cassia 2017. 6. 25. 09:50

홍신선,「사람이 사람에게」(낭송: 홍신선) 

 

 

 

사람이 사람에게

 

홍신선


2월의 덕소 근처에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잠기어
가라앉는 걸,


입 닥치고 강 가운데서 빠져
죽는 걸,


외돌토리 나뉘인 갈대들이
언저리를 둘러쳐서
그걸
외면하고 막아주는
한가운데서
보았다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인 걸


출처 : 홍신선 시전집 『홍신선시전집』, 산맥출판사 2004


詩, 낭송 – 홍신선 : 1944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1965년『시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겨울섬』『우리 이웃 사람들』『다시 고향에서』『황사 바람 속에서』등이 있으며,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 경기도문화상 등을 수상함.


홍신선,「사람이 사람에게」를 배달하며


햇볕이 일방적으로 얼음을 녹이는 게 아니었군요. 얼음을 마주 껴안고 녹여주는 것이었군요. 둘이서 같이 녹으며 또 같이 어는 것이었군요. 얼음과 햇볕이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둘이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을 포착한 시인의 눈이 따스합니다. 게다가 갈대들은 짐짓 모른 척 외면함으로써 사랑에 참여하고, 강물은 묵묵히 넓어짐으로써 사랑을 완성합니다. 제각기 따로따로인 듯하지만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는 너, 너는 나”일 때 세상은 화평해집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인 것처럼.

 

문학집배원 안도현. 2008. 2. 4.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