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18) 세뿔투구꽃

cassia 2015. 10. 2. 20:45


꽃은 투구 모양, 잎은 세뿔 같아 세뿔투구꽃
뿌리는 돌쩌귀 닮았다 해서 금오돌쩌귀 등으로도 불려…
현재 멸종위기종 Ⅱ급


꽃이 투구같이 생겼다 해서 투구꽃. 하지만 잎 모양은 삼각형으로 돼 있어 세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떤 잎은 5각형으로 자란다. 잎과 꽃모양을 합쳐서 이를 세뿔투구꽃이라 부른다.

세뿔투구꽃은 더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미색바꽃·지리바꽃·금오돌쩌귀·그늘돌쩌귀·한라돌쩌귀 등으로도 불린다. 어떻게 이 많은 이름을 가지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잎과 꽃과 뿌리 모양에 따라 이름을 하나씩 가져오다 보니 다양한 이름을 가지게 됐다. 공식 이름은 세뿔투구꽃이다.

바꽃은 순우리말이다. 꽃이 엷은 노란색을 띠고 있다고 해서 미색바꽃이다. 돌쩌귀는 뿌리 모양이 돌쩌귀 같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돌쩌귀는 옛날 한옥의 여닫이문과 기둥에 달려 문을 여닫는 데 쓰는 철물을 말한다. 경첩이라고도 한다.

  멸종위기식물Ⅱ급인 세뿔투구꽃을 1994년 9월 지리산 칠선계곡 입구 추성마을에서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학명 Austrokoreense
식물계(Plantae)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세뿔투구꽃은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란다. 학명의 ‘Austrokoreense’는 한국의 남부지방이라는 의미로 자생지역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경북 대구 근처의 청룡산과 광양 백운산 등지에서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으로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지리산에서 멸종위기종Ⅱ급인 세뿔투구꽃 군락을 발견했다고 떠들썩한 적이 있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고 이영노 박사와 함께 세뿔투구꽃을 처음 봤을 때는 사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1994년 이영노 박사가 문순화 작가를 찾았다.

“문순화씨는 지리산을 많이 다녔으니 칠선계곡으로 천왕봉을 올라가보셨느냐? 그곳 추성마을이라고 잘 아시느냐? 일본 나카이의 식물 기록에 ‘지리산 추성마을 입구에 세뿔투구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나오는데, 같이 갑시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문 작가는 이 박사를 모시고 벽송사까지 향했다. 절에 가서 “혹시 세뿔투구꽃을 아느냐? 그 꽃을 어디 가서 볼 수 있느냐?” 물었다. 절에 있는 사람들은 “한약재로 쓰는 이름으로 물어보면 혹시 알지 모르니 한약재로는 뭐라고 부르냐?”라고 역으로 되물었다. 한약재로 쓰는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추성마을 가는 계곡 옆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인근 아주머니에게 식물 사진을 보여 주며 다시 한 번 물었다. 그 아주머니는 “아하, 초오를 말하는구나”라며 “이 동네 많다”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점심 먹고 갈 필요 없이 지금 당장 가져올 테니 가지 말고 여기 있어라”며 바로 나갔다. 약 30분 후 ‘초오’가 아닌 세뿔투구꽃을 가져왔다. 그토록 찾던 세뿔투구꽃을 이렇게 어이없이 처음으로 대면했다.

문 작가는 이듬해 해남 옥구산 계곡, 고성 연화산 옥천사 계곡, 봉화 청량산 등 여러 곳에서 2000년대 초까지 여러 해에 걸쳐 군락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마구 훼손되고 있는 사실도 동시에 확인했다. 특히 봉화 청량산엔 일주문 만들기 전 바로 그 장소가 세뿔투구꽃의 대형군락지였다. 그리고 대웅전이 있는 콘크리트길 오른쪽으로 개체수가 상당히 많았다. 일주문이 들어서고 길이 포장되면서 이들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지금은 그곳에서 거의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2000년대 초 광양 백운산에서 마지막으로 세뿔투구꽃을 만났다. 억불봉 계곡에서 멸종위기종Ⅱ급인 ‘나도승마’와 ‘지리오가피나무’ 등과 같이 어울려 세뿔투구꽃이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훼손으로 지금은 예전과 같이 볼 수 없게 됐다.

세뿔투구꽃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약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뿌리에 맹독이 있지만 부자(附子)라는 약재 이름으로 강심제, 진통제, 이뇨제로 쓰인다.
세뿔투구꽃의 대체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햇빛이 거의 가려지는 음지를 선호하며,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잎은 길이 6~7cm로서 삼각형 또는 오각형이다. 꽃은 9월 또는 10월에 개화한다. 각시투구꽃은 세뿔투구꽃에 비해 잎이 많이 갈라져 잎수가 많다. 잎으로 각시투구꽃과 투구꽃, 세뿔투구꽃을 구분하는 게 가장 빠르다.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2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었기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 연재를 시작한다.

 



출처 : 월간산 [552호] 2015.10
글·박정원 부장대우
사진·문순화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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