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8) 구름국화

cassia 2014. 10. 26. 04:27


백두산 장백폭포 아래실계곡에 사는 분홍색 요정
사진 속의 분홍색 요정 같은 꽃은 백두산에 자생하는 구름국화다. 국화라 하면 보통 흰색과 노란색을 떠올리지만 구름국화는 분홍색 꽃잎이 특징이다. 구름국화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더 큰 편이라 꽃집에서 파는 국화와 비교하면 훨씬 작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기에 키도 30cm 정도가 최대치다. 얼핏 보면 구절초를 닮았지만 꽃잎이 훨씬 가늘다.

구름국화는 백두산의 수목한계선인 해발고도 2,000m 이상 지역에서 자생한다. 숲이 아닌 초원에 피며, 초원 중에서도 습지에 핀다. 계곡 주변에 피는 것이다. 백두산 장백폭포 아래가 구름국화 자생지며, 폭포에서 흘러내린 실계곡 사이에서 핀다.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이는 일본의 ‘하라’라는 식물학자다.


문순화 작가는 백두산에 여덟 번 가서 사진을 찍었다. 한 번 가면 열흘씩 머무르며 사진을 찍었다. 1991년부터 1, 2년에 한 번씩 찾았는데 당시에는 한국 등산객이나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물박사인 고 이영노 박사와 함께 간 적이 많았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중국 여행이 대중적이지 않은 때였기에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출국 전 안기부에서 교육을 받고, 중국 입국 시 일행 중 한 명이 촬영 장비를 압수당했다가 출국할 때 돌려받기도 했다. 연길 안도의 홍보담당 공무원에게 일비를 주고 안내를 부탁해, 그가 차량과 기사, 조선족 백두산 가이드를 섭외했다. 공무원이 현지 여행사 역할을 한 덕분에 현지 지프차로 갈아타지 않고 타고 있던 차로 바로 천지까지 오르는 덕을 보기도 했다.

백두산에선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숙소를 옮겨가며 촬영했다. 백두산 천지 부근의 스키선수용 합숙소와 초병 막사를 산장 삼아 옮겨 다녔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대피소에 비하면 시설은 훨씬 낙후되어 있었지만, 식사를 판매해 그걸 사먹으며 끼니를 때웠다. 그때는 백두산의 현지 약초꾼에게 산삼을 1만 원이란 싼 값에 사먹기도 했다.

문순화 선생은 뿌리의 생김새가 장뇌삼이 아닌 진품 산삼이었고, 삼을 파는 이도 순수한 성품의 현지인이었다고 추억한다.


구름국화는 백두산에서 쉽게 마주치는 꽃으로 요즘도 시기만 맞으면 볼 수 있다고 한다. 보통 8월에 피며, 하루 이틀 정도 짧게 피었다가 진다. 하지만 개체수가 많은 편이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구름국화를 좋아하는 것은 꽃의 색깔이 예쁘기도 하지만 너무 키가 작아 지면에 붙어 있지 않고, 너무 크지도 않아 구도를 잡기 좋은 생김새이기 때문이다. 흰색의 구름국화도 있는데 백두산에서만 자생하며 이영노 박사가 처음 발견해 ‘흰구름국화’라 이름 붙였다. 구름국화의 변종으로 추측되며 문순화 선생도 본 적 없는 귀한 꽃이다.

구름국화는 남한에 없고 백두산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꽃이었으나 지금은 국내의 식물원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백두산과 중국의 여간한 야생화는 한국의 식물원에 있다고 한다. 물론 식물을 가져오는 것은 불법이지만, 몰래 채집해 오거나 식물을 파는 중국 업자로부터 수입해 국내에 번식시킨 것이다.

특히 식물학자들은 귀한 꽃을 보면 첩보전을 방불케 하며 채집해 들여 온다. 학계에 발표하거나 연구하기 위해선 반드시 실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의 식물학자들은 너무 많은 양을 채집해 반출하려다 중국 출국 과정에서 걸려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단다.

꽃 사진은 꽃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자생지가 어디냐가 중요하다. 즉 어디서 찍었느냐다. 식물원의 꽃은 자생지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사진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언제, 어느 산, 고도 몇 미터, 어느 지점에서 찍었는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꽃 사진은 찍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꽃명 | 구름국화
학명 | Erigeron thunbergii var. glabratus
분류 | 피자식물문> 쌍자엽식물상>합판화아강> 국화과
분포지역 | 한국(북부), 일본, 중국 동북지방, 동시베리아, 캄차카반도, 사할린, 쿠릴열도.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1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었기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 연재를 시작한다.

 



출처 : 월간산 2014년 10월호
글·신준범 기자
사진·문순화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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