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낭송: 도종환)
바닷가에 대하여
정호승(낭송: 도종환)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 정호승,「바닷가에 대하여」를 배달하며
그대는 어떤 날 바다를 찾아가시는지요. 새들과 함께 수평선을 걸어가고 싶은 날 바다로 달려가시나요? 괴롭고 눈물이 날 때면 바다를 찾아가시나요? 그럴 때 찾아가는 바다는 어떤 바다인지요? 그럴 때 찾아가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대도 그런 그대만의 바닷가가 있는지요?
문학집배원 도종환 2006-08-07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시와 憧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기택「책 읽으며 졸기」(낭송: 김기택) (0) | 2017.05.11 |
---|---|
곽재구「단오」(낭송: 김근) (0) | 2017.05.10 |
김남극,「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낭송: 유정아) (0) | 2017.05.04 |
김종길 「여울」(낭송 : 김종길) (0) | 2017.05.02 |
송찬호,「찔레꽃」(낭송: 안도현) (0) | 2017.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