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5) | 털복주머니란]

cassia 2014. 7. 11. 09:14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5) | 털복주머니란] 산삼에 견줄 만한 희귀한 야생화

 

글·신준범 기자
사진·문순화 작가
입력 : 2014.07.30 11:18 [537호] 2014.07


매년 피는 꽃이 아니에요. 필 수도 있고 안 필수도 있어요..
 

무척 희귀한 꽃이다. 털복주머니란은 백두산에 주로 자생하며 남한에서는 함백산에서만 볼 수 있다. 게다가 난초라 매년 꽃이 피는 것도 아니다. 환경부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되었다. 사진은 1991년 문순화 작가가 백두산에서 찍은 것이다.


 


“백두산은 야생화 찍는 사람들에겐 보물창고나 마찬가지예요. 남한에 없는 꽃도 많을뿐더러 같은 종이라 해도 생김새가 달라요. 보통 6, 7, 8월에 많이 피고 9월만 해도 단풍이 져요.”

사진의 털복주머니란은 백두산 소천지 위쪽 수목한계선 부근에서 찍었다. 고산지대에 피는 난초인 것이다. 당시 우리 꽃 전문가인 고 이영노 박사와 이경서 난 전문사진가, 송기엽 사진가와 함께 중국 심양에서 열차를 타고 백두산 근처까지 갔다.

국내와 달리 무리지어 피었는데, “색깔이 화려하고 생김새가 무척 예뻤다”고 한다. 백두산을 찾은 한국의 많은 야생화 애호가들이 털복주머니란을 캐왔으나 배양에 실패했다. 문순화 작가는 “야생난은 옮겨 왔을 때 살리기가 어렵다”며 “살렸다 해도 꽃을 피울 가능성은 극히 적고 3년 이내에 난이 녹아버린다”고 설명한다. 만약 배양에 성공한다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 매겨지겠지만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흰색 털복주머니란은 백두산에서도 희귀한 것으로 일종의 변종이라 할 수 있다. 문 작가는 “아마 흰색 털복주머니란을 찍은 사진은 국내에 이것이 유일한 것 같다”고 조심스레 추측한다. 털복주머니란도 희박한데 흰색은 더더욱 희박하다며 “지금은 백두산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사진으로만 남은 신비의 꽃인 것이다.

 


꽃명 | 털복주머니란 학명 | Cypripedium guttatum var. koreanum Nakai 분류 | 피자식물문> 단자엽식물> 난초목> 난초과 분포지역 | 일본, 중국, 중앙아시아, 러시아, 미국, 한국


반면 털복주머니란이 아닌 복주머니란은 흔한 편이었는데, 일반인들이 워낙 많이 캐가는 바람에 지난해부터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백두산은 털복주머니란이 무리지어 피어 찾기가 쉬운 반면, 함백산의 경우 개체수가 적어 발견 자체가 쉽지 않다. 문 작가는 야생화 출사를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 여러 번 함백산을 찾았다. 지금은 털복주머니란을 보호하기 위해 자생지에 철조망이 쳐 있다. 약 10년 전 멸종위기식물조사를 위해 환경부 서민환 부장, 구연봉 박사, 이경서 사진가와 함께 금대봉을 다녀오는 길에 그의 제의로 함백산에 들러 털복주머니란을 이들에게 보여 주었다. 이후 환경부에서 보호를 위해 철조망을 설치했다.


“매년 피는 꽃이 아니에요. 필 수도 있고 안 필 수도 있어요. 한 번 피면 열흘 정도 가는데 올해 7월 초에 피었다 해도 내년에 같은 시기에 핀다는 보장이 없어요. 기후에 따라 변화가 커요. 이렇게 희귀한 꽃은 산에 간다고 찍을 수 있는 게 아녜요. 노력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요행이 따라야 해요.” 

털복주머니란은 이름처럼 아래쪽에 주머니가 있는데 그 속은 비어 있다. 위에 뚜껑 같은 것이 있어 빗물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원래 이름은 털개불알꽃인데 고 이영노 박사가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이화여대 식물학과 교수였던 그가 여학생들에게 얘기하기 민망해서 바꿨다는 우스갯소리 같은 비화가 있다.


문순화 작가는 “만약 요즘 시기에 산에서 털복주머니란을 찍었다면 심마니가 산삼을 만난 것에 견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1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37호] 20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