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4)] 주름제비란

cassia 2014. 6. 11. 05:20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4)] 주름제비란

 

글·손수원 기자
사진·문순화 작가
입력 : 2014.06.30 11:31 [536호] 2014.06
 

"주름진 잎에 울릉도살이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구나"
 

울릉도는 섬 야생화의 천국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울릉도에는 총 8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그중 섬시호, 섬개야광나무, 선나무딸기, 섬현삼, 섬현호색, 섬쑥부쟁이 등 이름 앞에 ‘섬’이란 머리말을 달고 있는 식물들은 일본, 연해주, 한반도의 기타 지역 등에서 울릉도로 들어와 정착한 경우다.


이 식물들은 울릉도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자라게 되는데 그 결과 ‘울릉도 특산 식물’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오직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식물을 뜻한다. 이런 식물들은 이름 앞에 앞서 말한 ‘섬’자 외에도 ‘울릉’, ‘우산’ 등의 앞머리를 덧붙이고 있다. 우산제비꽃, 울릉국화 등이 대표적이다. 



주름제비란은 비록 ‘섬’ 자나 다른 앞머리를 붙이고 있지는 않지만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로 분류된다. 문헌상으로는 울릉도 외에도 태백, 삼척 등지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울릉도에서만 관찰되는 위기종 식물이다.

“주름제비란은 5월부터 6월까지 꽃을 피우는 북방계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땅에서 자라는 주름제비란은 아주 많은 꽃을 한꺼번에 피우는 대형종이지요. 제가 주름제비란을 처음 본 것은 한 20년 전 울릉도에서였지요. 당시 울릉도의 야생화 사진을 찍기 위해 한 5년 동안 울릉도를 드나들었어요. 주름제비란 꽃도 그때 찾아냈지요.”


문순화 선생은 각기 시기를 달리해 울릉도를 드나들던 중, 5월 즈음 나리분지의 습한 장소에서 주름제비란 꽃을 처음 보았다고 했다. 당시엔 그 꽃이 주름제비란 꽃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워낙 귀한 꽃이다 보니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것.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식물도감을 찾아본 후에야 그것이 주름제비란 꽃인지를 알았다.


“새로운 꽃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주름제비란 꽃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녀석들의 특성이 그런지 몰라도 서너 포기가 띄엄띄엄 모여 있었어요. 그런데 꽃이 핀 모습을 보니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주름제비란은 잎의 가장자리가 쭈글쭈글하고, 꽃은 제비란을 닮은 것이 특징이다. 꽃은 흰색과 연분홍색으로 피는데, 흰색은 흰주름제비란이란 이름을 따로 가진다. 북방계 고산식물임에도 울릉도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울릉도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따른 것이다.

 

 
꽃명 | 주름제비란 학명 | Gymnadenia camtschatica(Cham.) Miyade&Kudo 분류 | 피자식물문> 단자엽식물강> 난초목> 난초과 분포지역 | 일본, 한국(경상북도 울릉군) 분포지역 | 5~6월 크기 | 20~60cm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식물이다 보니 야생화 채취꾼들이 불법으로 캐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 선생은 이렇듯 울릉도 특산식물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훼손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 울릉도 특산식물은 오로지 울릉도에서만 살 수 있어 외부로 유출되면 살 수 없을뿐더러, 울릉도의 자생지가 훼손되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대체할 곳이 없기에 더욱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야생화 사진을 찍을 때 식물원 등에서 키우는 것은 절대로 찍지 않아요. 조상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야생화도 씨를 뿌리고 그곳에서 자라고, 또 씨를 뿌리는 일생이 있어요. 소위 말해 ‘혈통’이라는 거겠죠. 그런데 식물원 등의 정원이나 화분에 심어진 야생화는 그것을 모르잖아요. 저는 그런 식물은 사진에 담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아요. 그게 제 원칙이죠.”


문 선생은 5월 말에 울릉도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근 10여 년 만의 방문이다.


“이제까지 산으로 주로 다녔으니 이제부터는 섬 쪽으로 다녀보려고 해요. 그리고 울릉도에서 찾았던 주름제비란, 섬시호, 금새우란, 섬시호 등의 야생화들이 그 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는지도 확인해 볼 참이고요. 혹시 새로운 야생화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정말 설레는 일이에요.”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1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36호] 20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