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반칠환,「두엄, 화엄」(낭송 장인호)

cassia 2015. 11. 24. 07:19

반칠환,「두엄, 화엄」(낭송 장인호)

 

반칠환, 「두엄, 화엄」

 

 

모든 꽃은 제 가슴을 찢고 나와 핀다
꽃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절벽이다

 

온 산에 참꽃 핀다
여리디여린 두엄 잎이 참 달다

 

출렁, 저 황홀한 꽃 쿠린내

 

모든 존재가 아름다운 건
꽃잎의 날보다 두엄의 날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시_ 반칠환 – 196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웃음의 힘』,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전쟁광 보호구역』 등이 있다.

낭송 –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출전_ 웃음의 힘 『웃음의 힘』(시와시학사)

음악_ 배기수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반칠환, 「두엄, 화엄」을 배달하며

 

한 떨기 꽃에서 우주를 보는 것, 즉 일즉다 (一卽多) 사상은 동양의 시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시는 두엄을 화엄과 나란히 놓았다. 끝에 엄자 돌림? 때문에 재미있다. 삶은 두엄이고 화엄이다.

 

시를 쓸 때 불교가 편한 것은 어떤 것을 갖다 대도 다 말이 되고 깊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칫 관념 쪼가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 개화와 절벽이 이어지고, 참꽃이 두엄 잎이 되고, 황홀이 쿠린내이다.

 

미당의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소망”을 아시는지? 소망은 농사를 위해 거름으로 받아놓은 오줌통이다. 그 위에 뜨는 별! 인간의 가장 마지막 똥오줌에 가장 신성한 하늘의 별이 뜨는 만다라의 황홀!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시&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