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별 헤는 밤 - 윤동주

cassia 2014. 6. 23. 08:53

별 헤는 밤 - 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1917~1945

별이 빛나는 밤에 - 이종환 낭송

 

윤동주(尹東柱,1917~1945).

아명은 해환(海煥).

북간도 동명촌 출생.

연희전문 문과 졸업.

일본 릿교 대학,

도시샤 대학 수학. 1943년,

여름 방학 귀국 직전에 독립운동가로 체포되어 2년형을 언도받고 후쿠호카에서 복역중 옥사했다. 일제 치하에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과 슬픔을, 내면 세계를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자아 성찰적인 시를 이루었다.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가 있다.

별 헤는 밤 - 윤동주 (낭송 : 김미숙)

별 헤는 밤  ㅡ윤 동 주ㅡ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 합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이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이 있읍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1941. 11. 5.


※ 참고 : 제작 일자 표시 다음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작자의 필체로 적혀 있으나 편자의 서지적 연구 및 해석적 분석에 의해 이를 원전에서 제외했음을 밝혀 둔다. (『정본 윤동주 전집 원전 연구』의 '육필 초고 첨삭 부분' 을 참고할 것)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출처 : 정본 윤동주 전집 홍장학 엮음 문학과 지성사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짬,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字)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