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최승자, 「한 세월이 있었다」 낭송 성경선

cassia 2012. 9. 17. 18:03
    최승자, 「한 세월이 있었다」(낭송 성경선) 최승자,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사막이 있었다 그 사막 한가운데서 나 혼자였었다 하늘 위로 바람이 불어가고 나는 배고팠고 슬펐다 어디선가 한 강물이 흘러갔고 (그러나 바다는 넘치지 않았고) 어디선가 한 하늘이 흘러갔고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사막이 있었다 시_ 최승자 -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시집 『이 時代의 사랑』『즐거운 日記』『기억의 집』『내 무덤, 푸르고』 『연인들』『쓸쓸해서 머나먼』 등과 번역서 『굶기의 예술』『죽음의 엘레지』 『침묵의 세계』『자살의 연구』『상징의 비밀』『자스민』 등이 있음. 낭송_ 성경선 - 배우.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출전_ 『쓸쓸해서 머나먼』(문학과지성사)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민경 프로듀서_ 김태형 최승자, 「한 세월이 있었다」를 배달하며 현대 물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시간도 공간도 처음과 끝이 있다. 즉 유한하다. 그러나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시간도 공간도 끝이 없다. 우리 머리의 감각으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무량한 시간과 공간. 차라리 시공간이 정말 무한하다면, 어차피 한 점 먼지같이 작고 작은 우리 존재가 ‘영원’ 한끝에나마 속할 수 있으련만. 「한 세월이 있었다」는 영원이니 뭐니 하는 내 말을 낭비로, 사치스럽고 치사스런 객설로 만든다. 목소리는커녕 작은 기척이라도 내는 게 큰 무례일 듯한 이 ‘절대고독’의 현장을 나는 막막히, 또 먹먹히 들여다본다. ‘그 사막 한가운데서 나 혼자였었다/하늘 위로 바람이 불어가고/ 나는 배고팠고 슬펐다’ 무한한 공간, 무한한 시간 속에서 화자는 자신이 머물렀던 세월(극히 작은 순간)과 공간(극히 작은 지점)을 대비시키며 제 존재의 하잘 것 없음과 왜소함을 극대화시킨다. ‘배고팠고 슬펐다’니, 몸 가진 존재가 느낄 수 있는 한껏의 외로움을 이보다 더 천진하게, 이보다 더 잘 표현할 말이 있을까? ‘어디선가 한 강물이 흘러갔고’는 공간의 흐름을, ‘어디선가 한 하늘이 흘러갔고’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일 테다. 이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처럼 ‘쓸쓸해서 머나먼’ 풍경이다. 문학집배원 황인숙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