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서머타임」(낭송 김이듬)
김이듬, 「서머타임」
발목은 시들어간다
걸음을 낭비했다
위세척을 하고 넌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여름이 제일 추워, 나는 없어질 거야
너는 눈물을 흘리며 웃지만
해가 뜰 때까지만 같이 있어줄게
풍선을 불어줄게
날아오르다가 터지겠지
꿀벌은 꽃잎 속에서
고양이는 나무 위에서
너는 내 무릎을 베고
아니, 널 따라하지 않아
왜 남은 날들을 신경 써야 하니
잘하려니까 심장을 멈추고 싶잖아
난 일광을 낭비할 거야 날 낭비할 거야
낮에는 커튼을 치지
많이 걷지 않고 버스에서 곧잘 자
뭘 찾으려고 넌 거기까지 갔었니
내 모닝콜은 거슈인의 자장가
내일 못 일어나도
여름은 살기 좋은 계절
여름은 죽기 좋은 계절
그럴 리 없지만
물고기는 수면 위를 날고 목화는 익어가는데
아빠는 부자 엄마는 멋쟁이
그러니 아가야 울지 말아라
◆ 시․낭송_ 김이듬 -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포에지》 가을호에 「욕조a에서 달리는 욕조A를 지나」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이 있음.
◆ 출전_ 『명랑하라 팜 파탈』(문학과지성사)
김이듬, 「서머타임」을 배달하며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이런 노래가 있지요,
제목이 뭐였더라… 여름은 이렇게 젊음/사랑 등의 수식어와 함께 하기 십상이지만요.
이 시에 등장하는 젊음 혹은 여름은 해맑은 찬가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조는 명랑하지만 이 명랑의 화살이 꿰뚫고 가는 여름 하늘은 춥습니다.
위세척을 한 ‘아가’라 불리는 이 젊음 앞에서 우리는 불안하게 두리번거립니다.
세상의 위협 속에서 스스로 죽어가는 젊음들. 모닝콜로 자장가를 듣는 모순이 일상화된 추운 삶.
부유하고 멋쟁이 천지인 세상의 제물들인 우리는 왜 이토록 출구가 없는가요.
여름이 제일 추운 우리의 어떤 젊음들을 위해 오늘 이 동병상련을 배달합니다.
젊어서 죽은 제니스 조플린이 생각나는 날. 하루쯤은 커피도 술도 사랑도 독한 것으로만 취하렵니다, 나는.
문학집배원 김선우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