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참 좋은 말」 (낭송 황혜영)
천양희, 「참 좋은 말」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 시_ 천양희 -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 낭송_ 황혜영 - 배우. 연극 <타이피스트>,
<죽기살기>, 등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하모니> 등에 출연.
◆ 출전_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 음악_ 교한
◆ 애니메이션_ 정정화
◆ 프로듀서_ 김태형
천양희, 「참 좋은 말」을 배달하며
어디 없을까요?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은 말.
치료하지 않아도 아픈 게 다 나을 것 같은 말.
답답하고 꽉 막힌 마음이 확 뚫려 시원해지고 편안해질 것 같은 말.
이런 말들로 사람을 만나고, 시를 쓰고,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마음에 가득 찬 더러운 때를 뱉어내느라 입은 쉴 틈이 없고,
바람으로 침묵으로 음악으로 아무리 씻어내도 귀는 곧 말로 더러워지고 말죠.
저도 '참 좋은 말'로 시를 써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의 재료는 대부분 탁한 말로 되어 있답니다. 좋은 시는 이 더러운 말을
발효시켜서 독을 빼고 향기가 나도록 푹 익히지요. '참 좋은 말'은 마음에 있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담가 두고 잊은 채로 오래 숙성시켰다가
잘 익어 향기가 날 때 꺼낸 말이랍니다.
출처 : 출처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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