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스크랩] 김경미, 「오늘의 결심」(낭송 김경미)

cassia 2010. 11. 15. 01:07
    김경미, 「오늘의 결심」(낭송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고 열어두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내 목에 적힌 목차들 재미없다 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한계가 있겠지만 담벼락 위를 걷다 멈춰서는 갈색 고양이와 친하듯이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출전 : 『현대시』 2010년 7월호(한국문연) 김경미, 「오늘의 결심」을 배달하며 한때 시인의 욕망은 은행나무보다 높은 곳을 향하고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켰겠지요. 그러나 삶은 그 욕망을 끊임없이 좌절시켜서 진실하게 열심히 살수록 상처받고 손해 본다는 걸 인정하게 했겠지요. 이 시를 쓰게 한 힘은 바로 이러한 상처에 대한 분노와 오기 아니었을까요? 그러므로 '오늘의 결심'은 삶을 붙들고 아등바등 사느라 헛된 힘을 쓰지 않겠다는 것. 계산적으로 눈치 보면서 처세하여 삶이 주는 상처를 영리하게 피하겟다는 것. 이를테면 고양이처럼 "비관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는 것. 진지하고 열정적인 사랑은 쓸데없이 마음만 아프게 하는 순진한 태도이므로. * 주의 : 이 시를 읽을 땐 반어에 주의 할 것. 이 시의 반성문 말투는 진실을 억압하고 얄팍한 계산을 부추기는 삶에 대한 비아냥거림과 조롱이므로. 나약한 개인으로서는 어지할 수 없는 심술궂고 힘센 삶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한바탕 놀겠다는 심보이므로.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 / 출처 :
    출처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
    글쓴이 : 새벽(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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