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등 뒤」(낭송 이영주)
등뒤가 서늘하다
뒤쳐져 걷는 네가
울고 있다!
파장이 느껴진다
들먹거리는 어깨가 느껴진다
눈물이 양식인 듯
입속으로 자구 흘러 들어간다
네 말은 끊길 데가 아닌데서
끊어진다
너는 검은 웅덩이처럼
세상을 밖으로만 끌어안았다
내가 그 속을 보았다면
우린 벌써 끝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고르고
수면을 때리는 돌맹이처럼
기습하듯 뒤를 돌아본다
얼굴 가득
바위의 이음새같은 주룸이 접힌
너는 눈물을 감추려
얼룬 등을 보인다
네 등 뒤도
서늘할 것이다.
◆ 출전 : 『생의 빗살』(문학과 지성사)
조은, 「등 뒤」를 배달하며
이렇게 슬픔이 잘 익은 시, 너무 잘 익어서 다디단 즙이 확 터져 나올 것
같은 시, 온몸으로 단맛이 핏줄을 따라 지릿하게 스며들 것만 같은 시를
오랫만에 읽어보는 것 같습니다. 사방이 모두 막혀 있어서 제 마음 말고는
숨막히는 슬픔을 처리할 길이 없을 때, 소월같은 시인은 슬픔을 탐스럽고
먹음직하게 키웟지요. 끝내 터뜨리지는 않고 터지기 직전까지 탱탱하게
키우기만 했지요. 감염력이 큰 그 자학적인 슬픔의 아름다움으로 현실의
고통을 즐기려고 했지요.
얼굴을 맞대고는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커다란 슬픔. '등 뒤'로 느껴도
그 격렬함이 온몸을 뒤흔드는 슬픔. 그것은 마음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맑아지는
환희의 순간의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 출처 : 출처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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