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최승호, 「몸의 신비, 혹은 사랑」(낭송 윤미애)

cassia 2010. 8. 30. 07:07
    최승호, 「몸의 신비, 혹은 사랑」(낭송 윤미애) 몸의 신비 혹은 사랑 -최승호-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스스로 꿰매고 있다. 의식이 환히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헛것에 싸여 꿈꾸고 있든 아랑곳없이 보름이 넘도록 꿰매고 있다. 몸은 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몸은 손이 달려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구걸하던 손, 훔치던 손, 뾰족하게 손가락들이 자라면서 빼앗던 손, 그렇지만 빼앗기면 증오로 뭉쳐지던 주먹, 꼬부라지도록 손톱을 길게 기르며 음모와 놀던 손, 매음의 악수, 천년 묵어 썩은 괴상한 우상들 앞에 복을 빌던 손, 그 더러운 손이 달려 있는 것이 몸은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자연스럽게 꿰매고 있다. 금실도 금바늘도 안 보이지만 상처를 밤낮없이 튼튼하게 꿰매고 있는 이 몸의 신비, 혹은 사랑. 출전 / 『세속도시의 즐거움』(세계사) 최승호의 「몸의 신비, 혹은 사랑」을 배달하며 헌 이가 빠지면 새 이가 돋고, 살이 찢어지면 새살이 돋는 몸을 어렸을 때는 신기하게 바라봤지요. 상처를 원래대로 완벽하게 회복시키는 몸의 자연적인 치유능력은 말 그대로 마술입니다. 몸이야말로 아직 문명이 침투하지 못한 원시의 생태계죠. 몸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거친 환경으로부터 살아남은 지혜와 힘의 진화 과정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이 시는 수천만 년 생명을 지켜온 노하우를 간직한 몸의 순수한 힘과 인간의 어리석은 탐욕을 대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이 저지르는 일이 아무리 흉해도 그 손에 난 상처를 정성껏 치료하는 몸의 사랑은 마치 못난 자식을 감싸 안는 어머니 같네요. /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