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빈집 - 기형도

cassia 2010. 4. 8. 06:20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

 

 

1960년 경기도 연평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9년 별세 
시집 <입 속의 검은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