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병률,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낭송 김근)

cassia 2010. 3. 15. 09:51
    이병률,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낭송 김근)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해가 저물 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잔 부어줄걸 그랬 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만 밀며 살자고 어둔 밤 병 하나 말갛게 씻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 차 무거워진 달을 두 어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일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 몸과 저 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 속의 형편을 좀 들여 다보아라 ● 출전 / 『바람의 사생활』(창비) 이병률의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오래」를 배달하며 한 사내 생각이 났지요. 저만치 와 우는 새를 바라보는 사내. 그 울음의 단음계를 며칠째 듣고 있는 사내. 울음의 내력을 자상하게 살피는 사내. 그리고 술을 담그는 사내. 열매의 과육 같은 말들을 내부로 다 거둬들인 사내. 그리고 아마 춤곡을 들으며 병을 씻고 있을 사내. 미래의 시간을 미리 가늠해보기도 하는 사내. 식탁에 마주 앉을 사람을 떠올려 보는 사내. 문득 이 시가 물굽이처럼 전환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군요. 그러나 몸이 섞이며 향기 좋은 술로 무르익는 날은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인가요. 새를 부르는 사내. 새가 된 사내. 멋지지 않나요. 이런 사내라면.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