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반딧불] 회초리 나눠주는 유치원

cassia 2007. 3. 7. 09:19

[반딧불] 회초리 나눠주는 유치원



“여긴 애들이 잘못하면 회초리를 듭니다.
그걸 반대하는 부모님은 아이와 함께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

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회산동 성원유치원.
유치원 원장인 주경(65·성원사 주지) 스님이
입학식에 온 학부모들 앞에서 이렇게 ‘엄포’를 놨다.
하지만 일어서서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입학식이 시작되고 원장 스님은 60여명의
학부모들에게 물푸레나무를 깎아 금칠을
한 60㎝짜리 회초리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사진>
그리고 매를 드는 방법과, 매를 드는 부모의
마음가짐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우선, 부모가 화가 나서 매를 들면 안 됩니다.
나쁜 기운을 갖고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면 아이들은
무서워할 뿐 왜 매를 맞는지를 모릅니다.”

주경 스님은 “회초리를 드는 것은 아이와 흥정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네가 무슨 잘못을 하면 몇 대를 맞게 된다”고
미리 아이에게 분명하게 얘기하고, 부모와 자식 간
그 약속을 지키는 일종의 ‘거래 행위’라는 것이다.
주경 스님은 “때릴 땐 맞은 자리에 회초리 자국이
남을 정도로 엄하게 매를 들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야 아이가 회초리 무서운 것을 알고 자기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쳐나가는 법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상처를 어루만져주면서 “네가 매를 맞을 때 나도 마음이 아팠단다”라고
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비로소 아이가 분노 대신 진심으로 반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스님의 회초리론에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도 오대산의 사찰 성원사에서 운영하는 성원유치원은 2003년 개원 이후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심성 교육을 해왔다.
아이들에게 예절과 다도를 가르치고, 텃밭을 일궈서 직접 채소를 키운다.
대신 아이들의 잘못은 엄하게 회초리로 다룬다.
원감인 김양희 교사는 “절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지만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들도
아이를 보낸다”고 말했다.
 

[글·사진/강릉=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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