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수재 뒤엔 책 이 있다

cassia 2006. 10. 16. 09:10

수재 뒤엔 책 이 있다


“책벌레가 영재는 아니지만, 영재 중에 책벌레가 아닌 사람은 없다.” 흔히 영재나 수재라고 하면 밤늦도록 수학 문제를 풀거나 영어 단어를 외우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공부를 즐기는 영재·수재들을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그 이미지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틈만 나면 책을 읽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다. 그들의 뛰어난 능력 뒤에는 항상 책이 숨어 있다. 왜 영재·수재는 책을 즐겨 읽는지, 그들의 독서법은 어떤지 알아본다.

■신목中 독서왕… 1학년 류현지양

서울 목동
신목중학교 1학년인 류현지(13)양은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혹시 자녀교육에 극성인 부모 때문에 유학을 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학 얘기는 류양이 먼저 꺼냈다.

류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읽은 ‘7막7장’이라는 책이다.

미국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는 저자의 경험을 읽으면서 류양도 자연스럽게 미국 유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 후에 서점과 도서관을 오가며 미국 교육과 유학 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류양은 “책을 읽으면서 개방적이고 토론을 중시하는 미국의 교육 방식을 알게 됐고, 그런 교육이 내게 더 잘 맞을 것 같아 부모님께 유학 얘기를 먼저 했다”며 “유학 후에는
월스트리트에서 증권 컨설턴트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 준비는 말뿐만이 아니다.

류양은 토플(CBT·300점 만점)에서 웬만한 대학생도 맞기 힘든 260점을 맞을 정도로 유학 준비에 한창이다. 아직 열세 살 소녀에 불과한 류양이 이렇게 당찬 유학 준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렸을 때부터 길들인 독서 습관이다.

어머니 국정모씨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거실과 안방, 작은방 등 집 안 빈 공간마다 동화책을 놔두고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억지로 책을 읽게 하면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어 지금까지 한번도 책 읽기를 강요한 적은 없었다.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이 주위에 있어서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보니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부모의 노력도 컸다. 특히 류양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어머니도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길들인 습관으로 쌓인 류양의 독서량은 1년에 70∼80권. 그나마도 초등학교 때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책으로 무엇이 달라졌을까.

글쓰기 학원을 제대로 다닌 적이 없는데 작문 실력이 늘고 수업시간에 이해가 빨라졌고, 속독이 가능해지는 등 류양이 꼽은 독서의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류양이 독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은 따로 있다.

“책을 읽으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그에 맞춰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 다 책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글, 사진=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한성과학고 독서왕… 1학년 한지원양

“학교에서 학기에 두 번씩 치르는 논술시험, 쳤다 하면 만점이죠.”

서울 서대문구 한성과학고 1학년에 재학 중인 한지원(16)양은 지난 학기 학교에서 두 번 치른 논술시험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시험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글을 잘 쓴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는 한양의 작문 실력은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온 독서의 힘이다.

한양은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놀러간 친구 집에서 책장에 책이 빼곡한 것을 보고 부러움을 느껴 부모님께 책을 사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중1 때는
정재승 박사의 ‘과학콘서트’를 읽고 어려운 과학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알려주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공부량이 늘면서 책을 잠시 멀리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1만5000여권의 책이 있는 학교 도서관을 다니다 보니 다시 독서광이 됐다. 책이 많은 환경에 가니 읽고 싶은 책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양은 하루에 1시간∼1시간30분씩, 매주 1∼2권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한양은 책 읽는 것도 ‘전략’이라며 영리하게, 효율적으로 독서해야 많은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을 떨쳐 버리라고 강조한다. 뭔가를 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책을 읽게 되면 내용에 대한 흥미보다는 느낀 점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양은 대신 머릿속으로 내용과 느낀 점을 정리하고 꼭 써놓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일기장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적어둔다.

그는 특히 세계사와 역사, 사회 등 상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분야의 책을 주로 읽는다. 과학고에 진학한 뒤 수학·과학을 학습하는 시간이 늘면서 나머지 분야의 공부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시험기간에 역사나 사회 과목 공부를 특별히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지식을 갖게 됐다.

또 자신의 수준에서 조금 어렵다 싶은 책들을 주로 선택하는데, 너무 무난한 책은 지식을 쌓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양은 최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카렌 암스트롱이 쓴 ‘신화의 역사’를 꼽았다. 지금은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읽고 있다.

그는 “도처에 책이 많으면 자연스레 손길이 가게 된다”면서 “한 분야의 책만 읽으면 금방 지루해지므로 여러 종류의 책을 안배해 보는 것도 독서를 잘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영재·수재들의 독서법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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