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시도 때도 없이 결심하기

cassia 2006. 1. 6. 13:59
시도 때도 없이 결심하기
‘아침 일찍 일어나기, 운동하기, 영어 공부하기, 친구들과 뒷담화 안 까기, 책 읽기, 편식 안 하기, 엄마하고 안 싸우기, 용돈 아껴 쓰기, 게임 시간 줄이기, 휴대폰 덜 쓰기, 성적 올리기, 동생 약 올리지 않기, 마음먹은 것은 꼭 실천하기.....’

새해가 되면 아이들은 작년에 하지 못한 일들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방학 중에 할 일을 계획표를 만들어 꼭 그대로 실천하리라 굳게 다짐을 하지요.

그렇지만 사람 사는 게 그대로 되는 법이 있나요? 며칠 못가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새해가 아닌 헌 해를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실망합니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이지요. 금주, 금연은 물론이고 간단한 운동하기도 일주일이 못 가서 포기해 버리고 마는,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한 자신을 한탄하며 더 퍼 마시는 악순환이 재현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두 가지 작전을 세우라고 아이들에게 말해 줍니다. 하나는 거창한 계획을 길게 세우기보다는 짧게 자주 세우라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일년 계획을 세워는 것보다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작심삼일이니까 삼일에 한 번씩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오히려 인생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사람은 참으로 약하고 악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인간이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이상만 좇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계획을 잡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일년 동안 책 100권 읽기보다는 일주일에 한 권 읽기가 훨씬 구체적이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자신이 왜 그런 결심을 하는지 진짜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정하긴 하였는데 왜 그런 목표를 정하였는지 정작 이유를 모른다면 어느 순간에는 목표를 향하여 나아갈 만큼 의지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 왜 공부하니?’, ‘엄마가 시키잖아요?’, ‘좋은 대학 가서 돈 많이 벌려고요’ 왜 공부를 하는 지 진짜 이유를 모른다면 어느 순간 멍하니 책을 놓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인들은 시간에는 물리적인 시간(크로노스)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질적인 시간(카이로스)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에 따라 새해 결심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그러니까 인생의 전환점을 요구하는 그 순간에 결단하고 삶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아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자 한참을 실의에 빠져 다른 가족들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만 봐도 화가 치밀고 우울해하던 부부가 벼란 간 큰 깨달음을 갖게 됩니다. 어쩌면 나처럼 고통 받는 이웃들이 모두 내 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그 때부터 버림받은 아이들, 조금 모자란 아이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열여덟의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올해 우리들에게도 이러한 질적인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신의 요구가 갖가지 경험을 통하여 나타날 것입니다.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모습을 보았죠.....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낙엽 지는 소리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 년 후에 난 참 바보처럼 살았다고 한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결심하고 실천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양희창(간디청소년학교 교장)


작성일: 2006년 0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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