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논설문의 요건

cassia 2005. 12. 30. 08:23
논술고사는 이론적 지식과 논리적 구성, 정확한 표현 등을 평가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시험이다. 따라서 논술고사에 적합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논술고사가 요구하는 내용, 논리, 표현 등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알고 대비해야 한다. 이에 대비한 학습 역시 사회적 자아 성장을 위해 경험의 폭을 넓히고, 객관성을 바탕으로 하되 창의적으로 논리를 끌어가는 지적 훈련에 맞춰져야 한다.

■ 좋은 논술문이란

좋은 논술문은 논술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면서 일반적인 글쓰기 원리에도 어긋나지 않는 글이다. 논술고사는 이론적 지식과 논리적 구성, 정확한 표현을 평가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시험이므로 여기에 맞는 글이 내용, 논리, 표현 등의 측면에서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대비해야 한다.

△ 내용=좋은 논술문은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포착해 논제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 논의하는 글이다. 또 논의의 대상에 대해 포괄적·구체적으로, 사실대로 이해하고 있는 글이다. 예컨대 직업에 대해 논의할 때 전문직과 일반직의 차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과 훈련을 거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처우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 기여도와 자아실현만을 다루는 것은 사실을 피상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도 문제의 성격에 맞춰 방법을 정한 후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만일 ‘과학 기술 시대에 예술이 갖는 의미’를 논한다면 ‘예술’의 본질이나 기능을 먼저 정의·분류·예시한 다음 그것이 과학 기술 시대에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렇게 완성된 결론은 창의적이면서도 보편타당해야 한다.

△ 논리=논증의 주제와 제목, 개념과 판단이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예컨대 홍길동의 지향을 ‘입신양명’으로, 흥부의 지향을 ‘현실 이익 중시’로 대비한 것은 ‘입신양명’에 현실 이익에 대한 고려가 없지 않다는 측면에서 판단이 일관되지 못한 예다. 또한 논거가 적절하고 확실해야 한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혹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과 같은 신빙성이 없고 불확실한 논거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추론 과정은 적절하면서도 논리적 오류가 없어야 한다.

△ 표현=어휘는 정확하고 풍부해야 하며, 문장은 의미가 분명하고 어법과 문맥에 맞아야 한다. 특히 논술문의 문장은 간결하면서 정확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문단은 응집성과 당위성을 가져야 하며 글 전체는 유기성을 지녀야 한다.

■ 논술 학습의 기본 자세

△ 문제 지향적 태도의 함양=삶 자체가 무수한 문제의 발생과 해결의 과정인 만큼 평소 삶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자아가 성장하는 것이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의도이기도 하다.

△ 사고의 폭과 깊이의 확충=경험의 폭이 넓어질수록 논술이 요구하는 포괄적인 사고의 태도도 원숙해진다. 경험의 폭을 넓히는 방법은 직접 체험뿐만 아니라 간접 체험도 있다. 독서는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간접 체험이다. 또 평소 성급한 흑백 논리나 자신의 주관에 빠지지 않고 나와 남의 관계에 대해 인식함으로써 인간이 윤리적 존재임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논리와 윤리는 연결되기 때문이다.

△ 논리적 사고 능력의 심화=논술은 보편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성이 필요한데, 객관성은 정당한 논거와 논증의 절차, 규칙을 갖출 때 성립된다. 객관성을 기르려면 평소에 일반적인 통념이나 고정관념을 벗어나 반성하는 사고, 잘못된 논리를 정당한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지적 훈련을 해야 한다.

△ 바르고 효율적인 글쓰기=글쓰기는 꾸준한 훈련 외에는 왕도가 없다. 글쓰기를 위한 훈련으로는 사고를 구성하는 훈련, 사고를 문단이라는 틀에 담는 훈련, 어휘와 문장 훈련 등이 있다.

■ 채점관이 말하는 잘못된 답안

  지금까지 논술 고사 채점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학생들이 상투적인 답안을 작성한다는 것이다. 마치 미리 준비해 온 답안을 서로 옮겨 적기라도 한 것 같은 천편일률적인 답안이 너무 많다고 한다. 이는 수험생들이 논술에 필요한 기본 정신을 외면한 채 급조된 논술 기술만 연습한 데서 비롯된다.

△ 형식=서론·본론·결론이라는 형식에 지나치게 매달려서 서론에서는 제시문의 내용을 길게 반복하고 결론에서는 본론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요약하는 글들은 잘못된 기술 습득의 결과이다. 서론과 본론과 결론을 엄격하게 구분하기 시작하면 논의의 반복이 심하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적으로 펼치기 힘들다.

△ 논증력=대부분의 학생들은 주어진 논제를 치밀하게 분석해 분명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기보다는 몇 가지 유사한 예들을 늘어놓거나 상반된 두 입장을 단순히 절충하면서 논의를 펼친다. 자신의 주장을 서술할 때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전체로 확대 해석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설정하면 논거가 박약해진다.

△ 표현력=학생들은 개성 있는 문장을 잘 쓰지 못한다. 흔히 논술 지도에서 문장을 길게 쓰지 말라, 복합 문장을 쓰지 말라는 등의 지도를 하지만 문장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충분히 담되 문장이 되지 않는 글이나, 번역 문장을 인용하듯이 어색한 문장을 쓰는 것은 좋지 않다. 다른 사람의 문장을 흉내 내다 보면 상투적인 표현을 그대로 옮기기 쉽다.

△ 창의력=창의력은 종합적인 능력이다. 논술문에서 요구하는 창의성은 통찰과 판단의 창의성, 표현의 창의성, 결론에서 제시하는 대안이나 관점의 창의성을 말한다. 진부해진 시사적인 관심사에 자신의 논지를 억지로 끌어 맞추거나, 다른 사람의 견해를 그대로 원용하다 보니 그 귀결이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아 적당한 선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도 모두 창의성의 결여에서 나온 현상이다. 이러다 보니 비슷비슷한 답안들만 쌓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