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가을 편지

cassia 2005. 11. 16. 05:15
    르익기를 기디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한 열린 문 닫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습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비에 젖어있는 날 작별할 수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무성한 가지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 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위에 해와달 멈출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가을 편지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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