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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보석’에 담긴 행복

cassia 2005. 9. 19. 20:02

물방울 ‘보석’에 담긴 행복

 


‘서강 지킴이’ 최병성 목사가 한가위에 드리는 소중한 선물
“물방울 아름다움 보는 이가 마음속 행복도 찾아요”

미디어다음 / 글, 사진 = 최병성 목사

민족의 명절 추석. 이제 연휴가 끝나갑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모처럼 선물 꾸러미를 들고 가족과 친지를 찾으셨을 것입니다. 설사 고향에 가지 못하신 분들도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만은 잊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즐거운 추석에 저 역시 여러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선물이냐고요? 우리의 눈과 마음을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예쁜 선물입니다. 자, 함께 선물 보따리를 풀어볼까요.

바로,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도 더 영롱하고 아름다운 물방울들입니다. 소중한 명절 추석을 맞아 임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픈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여기 있는 사진들은 지난 5월 ‘새벽이슬展’ 뒤에 찍은 ‘따끈따끈’한 물방울 사진들입니다.
보석 바다
마치 찬란한 보석 물결처럼 행복이 퍼지길…
세상만사
한 개의 꽃을 물방울들이 저마다 품어서 수를 놓고 있다. 세상만사, 보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양한 느낌으로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주렁주렁
물방울에 듬뿍 담긴 꽃처럼 행복한 마음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가슴 가득 안긴다면…
노랑보석
노랑색 야생화도 물방울 안에서 행복한 보석이 되고…
추수의 계절
물방울과 물방울이 만나 한 곳을 향해 달려가듯이, 행복을 추수하는 계절이 되길…
영롱한 맺음
고통의 산물일 진주처럼…

저는 비가 올 때마다 ‘오늘은 숲 속에 어떤 그림들이 그려져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로 들뜨곤 합니다.

비가 그친 뒤 숲은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물방울들이 가득한 ‘보석들의 바다’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태풍이 몰고온 큰비가 아닌 적당한 비가 내릴 때 얘기이긴 하지만요.

숲 속 나뭇가지와 풀잎마다 다양한 모양으로 맺혀 오색찬란한 빛을 품고 있는 물방울들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동글동글한 물방울들은 주위 사물들의 빛깔을 그대로 빨아들인 듯 저마다 다른 색으로 반짝입니다. 노랑보석, 파랑보석, 빨강보석, 초록보석, 분홍보석, 보라보석…. 그야말로 숲은 ‘보석가게’라 할 만도 합니다.

과연 세상 어느 보석가게가 이처럼 놀랍고 환상적인 보석들을 이토록 많이 갖고 있을까요? 물방울은 정말, 사람은 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하늘이 값도 없이 내려준 선물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물방울 보석들을 아무나 찾아볼 수 있냐고요? 물론이지요. 물방울 보석들은 결코 특별한 장소에만 생기거나 특별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마음을 열고 눈높이를 맞추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지요.

하긴 아쉬운 점이 좀 있긴 합니다. 해가 뜨고 바람이 불면, 그토록 무지개빛으로 아름답던 물방울 보석들이 어디론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사진을 찍고 있는 그 짧은 순간에도 물방울은 눈에 띄게 작아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깨닫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잠시 뒤면 사라지는 물방울 보석들은 제게 ‘미룸의 습관’을 버리라고 이야기해줍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즉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의 행복을 느끼라고 가르치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여기’보다는 ‘저기’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놓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가 찾던 ‘저기’에 이르러 보면 행복은 또다시 ‘저기’로 달아나 있습니다.

우리는 매번 미래의 언젠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행복을 미루지만, 사실 이건 자신을 속이는 기만일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내일 얻게 될 그 무언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것들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우리의 관심을 불확실한 미래의 어떤 것으로부터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나름의 부유함으로 돌리는 데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풍요로움은 통장에 쌓아놓은 잔액이 아니라 매사에 감사하는 삶의 태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기’에 있으면서 ‘저기’를 꿈꾸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연휴가 끝났다 하더라도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풀밭으로 나가보세요. 그리고 약간만 관심을 갖고, 열린 눈과 마음으로 주위 풀잎 끝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들을 바라보세요. 물방울 속에 참 많은 아름다움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토록 작은 물방울 속에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빛깔과 모습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저와 여러분은 그토록 찾던 행복이 작디작은 내 마음속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행복한 한가위 잘 마무리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름다운 것들 / 양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