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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나무에 저지른 일들…‘얼마나 아팠을까!’

cassia 2005. 9. 19. 09:14

인간이 나무에 저지른 일들…‘얼마나 아팠을까!’

 


인간이 만든 철조망, 무기 파편, 예수 석상 등이 남겨놓은 ‘자연의 상처’

미디어다음 / 강대진 독일 통신원

인간의 문명이 지속적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남겨놓은 자연의 상처를 다시 보게 될 때 우리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가슴이 시려오기도 한다.

 

산림공무원마저 이곳이 산림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나무에 걸어 놓았다. 시간이 지나 나무가 자라면서 표지판을 삼켜버린 모습.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산림지역의 경계를 나타내기 위해 울타리를 세웠다. 울타리 때문에 상처를 입은 나무가 자라면서 울타리를 딛고 일어선 듯 보인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예수 석상을 삼켜버린 나무. 1930년께 나무 앞에 예수의 석상을 세웠다고 한다. 이후 나무가 자라면서 예수 석상을 삼켰다. 결국 1986년 석상을 꺼내기 위해 나무를 잘라냈다고 한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나무가 예수 석상을 삼키는 모습을 연대별로 그린 그림.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어떤 이유로 인간은 또 나무에 이런 상처를 남겼을까? 사진을 찍은 울라프 빌렌브록 역시 나무가 이처럼 쇠사슬을 제 몸 속에 품게 된 원인을 알지 못한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철조망과 나무들. 왼쪽 나무는 철조망을 밀어내며 자랐고, 오른쪽 나무는 철조망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자랐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담을 쌓다가 나무에 상처를 입혔다. 나무가 자라면서 제 몸에 박혀 있던 돌을 들고 올라가는 진귀한 모습이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어린 밤나무가 철사로 이어진 울타리에 상처 입은 모습. 이 나무는 또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까?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오토바이 체인과 나무. 나무가 체인이 주는 압력을 견디다가 결국 제 몸 속으로 체인을 밀어넣으며 자라고 있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철조망을 밀어낼 힘이 없었나 보다. 나무는 철조망과 몸을 섞어가며 자라는 나무의 모습.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표지판을 너무 가까이 세운 탓에 나무가 결국 표지판을 빨아들이며 자라고 있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어떤 이유에서인지 말발굽이 나무에 박혀 있다. 인간이 입은 상처는 쉬이 아물지만, 나무가 입은 상처는 이처럼 평생동안 남는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수류탄이 나무에 박혀 있는 모습. 나무가 전쟁무기의 파편까지 고스란히 제 몸에 품은 채 자라고 있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또 다른 ‘철조망과 나무’. 철조망 때문에 기형적으로 자라나는 나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나무에 상처를 입혔다. 뾰족한 울타리의 끝 모습 때문에 나무가 더 아팠을 것으로 느껴진다.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계단 난간을 제 몸 속으로 품으며 자라나는 나무. [사진 제공=www.baumwunder.de]

 

독일 괴팅엔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식물학을 전공한 독일인 울라프 빌렌브록이 지난 19년 동안 해온 작업은 우리로 하여금 문명 발달의 그늘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한다. 그는 인간 때문에 일그러진 나무의 형상을 사진에 담아왔다.

빌렌브록의 사진에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예수 석상과 철조망, 전쟁무기의 파편, 그리고 심지어 자연을 보호하자는 내용의 표지판 등이 나무를 고통스럽게 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무는 얼마나 아팠을까. 사진은 이를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사진은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을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이는 인간이 함부로 정복해서는 안 되고, 또 결코 정복할 수도 없는 자연의 위대함을 낮지만 강한 어조로 웅변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발렌브록은 13일(현지시간) “ 인간이 그동안 나무를 비롯한 자연에 얼마나 무모한 짓을 해왔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자신이 그간 해온 작업들의 이유를 설명했다.

발렌브록은 사진을 보는 이들이 나무가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기보다 인간이 자연에 옳지 않은 일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하기를 바란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감탄하는 이들이 “심히 불편하다”고 말한다.

올해 38세인 발렌브록은 19년 전 이 일을 시작했다.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자연이 입은 상처를 마음으로 읽은 셈. 이처럼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자연의 아픔을 찾아내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