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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도 인정하는 우리 민화의 매력

cassia 2005. 9. 19. 06:41

일본인도 인정하는 우리 민화의 매력

 


일본 5개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민화 소개하는 ‘반갑다! 우리 민화’展
우리 민화 특유의 미학 발견한 日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 업적 조망

미디어다음 / 고양의 프리랜서 기자

신문로에 위치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2005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다음달 30일까지 ‘반갑다! 우리 민화’ 전을 개최한다. 일본민예관, 구라시키민예관, 시즈오카시립 세리자와케이스케미술관, 텐리참고관, 고려미술관 등 일본의 5개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민화 120여 점이 전시되며, 특히 일본 측 소장 민화들은 국내 최초로 전시되는 작품들이 대다수여서 눈길을 끈다. 눈 붉은 호랑이를 가뿐히 몸에 두른 산신도, 글자 속에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그려 넣은 문자도, 수를 놓은 듯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책가도 등 조선 시대 민화의 다양한 얼굴을 만나본다.

 

기린도(麒麟圖)
설화 속의 성스러운 동물인 기린(麒麟)은 외뿔 달린 늑대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사슴의 몸에 발굽은 말의 모양이고, 소와 흡사한 꼬리를 지녔다고 전한다. 발음은 같지만,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기린과는 다르다. 일본민예관 소장.

호작도(虎鵲圖)
보기 드물게 네 개의 눈동자를 지닌 호랑이로 벽사의 의미를 담았다. 구라시키민예관 소장.

호자도(虎子圖)
어미 호랑이와 새끼호랑이 세 마리를 그렸다. 팽글팽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왕방울 눈이 익살스럽다. 시즈오카시립 세리자와케이스케미술관 소장.

화조도(花鳥圖)
흔히 보는 화조도와 달리 떡방아 찧는 토끼가 그려져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구라시키민예관 소장.

화조도(花鳥圖)(부분)
민화라고는 하지만, 현대 한국화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세련된 조형미가 돋보인다. 개인 소장.

산신도(山神圖)
산신도는 무속화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노인과 호랑이, 소나무가 한 짝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민예관 소장.

책가도(冊架圖)
책가도는 책뿐 아니라 기명절지와 문방사우를 등장시켜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강조한다. 시즈오카시립 세리자와케이스케미술관 소장.

책가도(冊架圖) 8폭 병풍
강렬한 색채와 조형미가 마치 환상 속의 책꽂이를 보는 듯 묘한 느낌을 준다. 개인 소장.

문자도-의(義)
문자도는 흔히 유교적 덕목을 담은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여덟 가지 글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림은 문자도 중 ‘의(義)’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일본민예관 소장.

문자도-효(孝)와 예(禮)
문자도 중 ‘효’는 계모에게 겨울철 잉어를 구해 바친 중국 진나라 효자 왕상의 설화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비슷한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겨울철 죽순을 구했던 중국 진나라 맹종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한편 문자도 ‘예’는 거북이 등장하며, 복희의 고사인 하도낙서(河圖洛書)의 내용이 곁들여진다. 일본민예관 소장.

심우도(尋牛圖)
불교의 영향이 깊이 배인 심우도는 소를 찾아 떠나는 동자의 모험을 통해 수도의 과정을 상징화한 그림이다. 고려미술관 소장.

십장생 병풍(十長生屛風)(부분)
붉은 바탕의 천에 자수로 십장생에 등장하는 소나무, 학, 거북 등의 요소들을 수놓았다. 고려미술관 소장.

금강산도(金剛山圖) 10폭 병풍(부분)
금강산은 민화 작가들이 가장 즐겨 그린 산수화의 소재였다. 역원근법을 사용해 기이한 느낌을 준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괴석모란도(怪石牡丹圖) 8폭 병풍
괴이한 모양의 바윗돌을 중심으로 모란꽃이 대칭을 이루며 피어 있다. 궁중회화는 민화작가들이 원형으로 삼아 모사한 대상이기도 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반갑다! 우리 민화’ 전은 등장하는 도상에 따라 ‘자연을 품은 민화’와 ‘삶의 염원을 담은 민화’의 두 가지 주제로 나뉜다.

먼저 자연을 소재로 삼은 민화로 꽃과 동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화조화, 어리숭한 호랑이와 영리한 까치가 등장하는 호작도, 당시 민화작가들 사이에 유행했던 금강산을 그린 산수화를 들 수 있다.

또 다른 주제인 ‘삶의 염원을 담은 민화’에서는 ‘삼국지’처럼 옛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고사인물화, 그림 위에 세운 사당이라 할 수 있는 감모여재도, 아름다운 책과 귀한 기물을 섬세하게 그려 넣은 책가도, 유교적 가치관을 문자그림으로 형상화한 문자도가 전시된다.

전시 끝 무렵에 선보이는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궁중 회화는 민화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으나, 이름 없는 숱한 민화 작가들이 모사했던 그림의 원형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참고할 만하다.

조선 시대 민화의 다양성을 조망한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업적을 조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인조차 민화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던 시절,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의 전통미술을 연구하면서 민화 특유의 미학적 세계를 발견하고 이를 일본 민예운동으로 확장시켜 나갔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집요한 연구와 수집의 결과로 일본에 건너간 이들 민화들은, 한국에 남겨진 민화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졸미 넘치는 해학적인 그림으로만 기억되는 민화를 넘어,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거나 엄격한 주제의식 등이 배어 있는 정련된 그림도 함께 볼 수 있어 새롭다.

한편, 유독 짧은 추석 연휴, 미처 귀성길에 오르지 못했거나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이라면 오는 18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펼쳐지는 ‘한가위 전통놀이 마당’에서는 만장 만들기, 전통 강강술래 공연과 놀이 체험, 집단 퍼포먼스 타오 공연, 대동놀이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또한 이번 전시의 부대 행사로 10월 한 달 간 열리는 ‘우리 민화 가족체험교실’도 주목할 만하다.

초등학교 1~3학년 자녀와 보호자가 짝을 이뤄 민화전을 감상한 뒤 문자도를 직접 꾸미고 소형 병풍으로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으로, 교육비는 무료다(박물관 관람료는 본인 부담).

신청 접수는 이달 20일~25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kr)에서 받으며, 희망 교육일(다음달 1일~30일 사이)을 정해 신청하면 된다. 최종 수강자 300가족은 컴퓨터로 추첨해 이달 27일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나, 박물관 관람료는 개인 부담이다. 성인 700원, 청소년 300원, 12세 이하 및 65세 이상 무료. 문의전화 02-72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