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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간 며느리 유혹하는 가을진미 전어

cassia 2005. 9. 9. 13:08

집나간 며느리 유혹하는 가을진미 전어


가을진미 전어의 유혹에, 집나간 며느리 돌아오려나?

 

조찬현(choch1104) 기자   
하얀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흘러가며 파랗고 청명한 하늘을 수놓는 가을이다.

▲ 여수시 화양면 백야도의 가을하늘
ⓒ2005 조찬현
입맛 당기는 전어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아직은 때 이른 감이 있지만 제법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전어가 유혹한다. 옛 속담에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전어머리는 깨가 서말이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 시어머니가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고 하듯 그 말만 들어도 전어의 맛은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 전어회와 함께 나오는 우리횟집 기본 식단
ⓒ2005 조찬현
8일 오후 4시경 여수 소호동의 바닷가 횟집에 들렸다. 가을에 밀려난 여름이 막바지 이사채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계절의 나들목에 있음을 알려 준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 이른 시간인데도 횟집에는 전어 회를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띤다.

▲ 횟집 수족관에서 유영하는 전어
ⓒ2005 조찬현
횟집의 수족관에는 싱싱한 전어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유영을 하고 있다. 자연산 활어가 보기 드문 요즘, 전어는 대부분이 자연산이다. 양식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연산의 가격이 낮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 잡은 즉시 죽고 말아 상품성이 없어서 잡어 취급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전어가 널리 알려져 수조에 산소를 공급하는 고급 횟감과 함께 생물로 팔고 있으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 전어 회무침과 전어구이
ⓒ2005 조찬현
올해는 전어의 어획량이 많지 않은데다 대도시의 소비량이 증가해 잡은 즉시 대형 수조 차에 실려 부산과 서울 등지로 실려 나가 보름전만 해도 1kg에 12000원 하던 것이 요즘은 1kg에 18000원까지 한다고 한다. 가격이 이렇게 높게 형성되다보니 양식 전어를 취급하는 업소도 있단다. 양식은 육질이 단단하지 않고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한다.

전어는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남쪽에서 월동을 마치고 4~6월경에 난류를 타고 북상하여 3~8월에 산란을 한다. 동중국해와 일본 중부이남, 한국 남해 연안 수심 30m에서 서식하며 몸길이는 15~30cm로 배 부분은 은백색 등 부분은 암청색이다. 7~8월 전어는 기름기가 적고 11월 이후에는 뼈가 억세져 9~10월이 가장 맛있다.

전어 회의 경우 작은 전어는 뼈째로 어슷어슷 두툼하게 써는 등뼈 썰기를 하고 20cm이상 되는 큰 전어는 수평으로 길게 채썰기를 한다. 전어는 육질이 단단하고 여물어 약간 붉은 빛이 감도는 게 좋은 상품이다. 전어에는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성분과 뇌혈관질환 예방은 물론, 인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이 8종류나 들어 있으며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 성분도 풍부하다.

가격은 어획량에 따라 들쭉날쭉해서 어획량이 많을 때는 동네 골목골목까지 전어를 실은 차가 돌아다니며 한 바구니에 3000원~5000원에 판매한다. 5000원짜리 한 바구니면 4인 가족이 회와 회 무침, 소금구이 등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 갖은 양념과 정성으로 버무린 회무침
ⓒ2005 조찬현
여수 소호동 횟집에서는 대, 중, 소로 구분하여 판매한다. 대 50000원, 중 40000원, 소 30000원이다. 4인 가족 기준 대 50000원이면 충분하다. 소호동 해안도로는 빼어난 경관으로 연인들의 드라이브코스로도 유명하다. 해안도로에 들어서면 소호동 회 타운을 비롯하여 도로 양측에 횟집이 즐비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이 맛깔스럽고 푸짐해서 소주 한 잔 하기에는 그만이다. 주당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소호동 횟집, 바다를 친구 삼아 전어 회에 소주 한 잔을 하는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 수평으로 길게 채썰기를 한 전어회(우리횟집)
ⓒ2005 조찬현


전어는 소금구이 또한 별미다. 굵은 소금을 적당히 뿌려 가며 기름이 지글지글할 때까지 숯불에 충분히 구워 머리와 내장까지 다 먹는다. '머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듯이 머리가 가장 맛있다.

▲ 소호동 횟집 앞, 바닷가 방파제에서
ⓒ2005 조찬현
낚싯대를 준비해 가면 언제든지 낚시도 즐길 수 있다. 크릴을 미끼로 하는 학꽁치가 아주 잘 잡힌다. 일본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학꽁치는 3월에 많이 잡히지만 요즘에도 제법 입질을 한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 때문에 장소 이동 없이 한 곳에서 계속 낚시를 할 수 있다. 아래턱의 발달로 입 모양이 학을 닮은 학꽁치, 그 맛 또한 천하일품이다. 머리와 꼬리부분을 잘라내고 배를 갈라 내장을 깨끗이 제거한 다음 칼등으로 다져서 뼈를 발라내고 잘 손질해 초장에 찍어 먹으면 둘이 먹다 한사람이 죽어도 모른다는 학꽁치는 튀김이나 숯불구이도 맛있다.

▲ 백야도의 강태공들
ⓒ2005 조찬현
가까운 명소로는 거북선을 만들고 수리했던 선소유적지와 소호요트 경기장, 최근에 완공한 백야대교를 지나면 볼 수 있는 백야 등대와 백야도도 있다.

▲ 백야도 등대로 가는 길목에 핀 코스모스
ⓒ2005 조찬현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오면 그때쯤에는 아마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