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하면 무슨 생각이 먼저 떠 오르니?
흠.... 내 경우엔 기다림이란 단어가 먼저 떠 오르더라.
하긴 [기다림]이란 제목의 이 그림을 본 어느 외국인은 "가슴이 아프다"
했다더만.
저 꼬마의 의젓함이 오히려 더 안타까워 보이지 않어?
근데, 뒷모습은 기다림 말고도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해.
내 첫사랑의 첫사랑은 뒷모습이 멋있는 남자였다더라.
담배불 붙이기 위해 뒤돌아서서 성냥을 치~익 긁으면,
그 매캐한 유황냄새가 그 남자의 뒷모습에 몯어났다더라.
그래서 난 그 첫사랑에겐 좀체로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지.
그 남자랑 비교 당할까봐....
헤어질 때도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등을 보이곤 했었어.
첫사랑의 뒷모습을 사랑했던 내 첫사랑의 뒷모습도 무척 보기
좋았었어.
언젠가 시골길을 걷다가 함께 맞이한 석양....
그 석양을 마주보며 지르던 너의 탄성이 아직도 생생한데...
웅크린 뒷모습은 항상 슬프게 느껴져.
그리고 감당하기 힘들어.
자궁속에서의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 듯,
그렇게 멀어지려고만 하는 거 같아.
깊이 잠든 아내에게서 가끔 저런 뒷모습을 발견해.
그럼 괜히 슬퍼지더라.
....괜히 외러워지더라.
뒷모습이 단단하면 정말이지 말을 붙이기도 힘들어.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고 어른들이 그러셨잖아.
가끔씩은 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콱 막히기도 해.
뒷모습을 보면서 심술이 난다는 것은.... 내가 어찌 할 수 없다는 그런 반증에 다름
아닐거야.
연로하신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
내가 매달렸던 그 등은 이제 굽어서 손주녀석 하나도 감당하지
못하잖아.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미안해요..미안해요"라고 혼자서만 되뇌이는
건,
영원한 불효자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스스로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일
거야.
간혹은,
뒷모습에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해.
나와 같이 있으면서도 나와는 다른 쪽을 바라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그럴 땐 다가서지 못하고 가만히 그 뒷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어.
그래... 아마 나도 그랬을 거야.
그래... 그런 느낌을 줬을 거야.
그랬으니, 내가 뒤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을 때, 소리없이 울고 있었던
걸거야.
그땐 몰랐었지...... 눈치채지 못했었어.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었거든.......
그래... 맞아...
나도 예전에 한때에는, 저 세상 멀리를 바라 본 적이 있었던 거
같아.
뭔가를 하고 싶은 욕망에 온몸이 꿈틀꿈틀 거리던 때가 있긴 했었지.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
이젠 나도 내 뒷모습 좀 챙겨야 할 거 같아.
이제 그럴 때가 된 거 같아.
너무 추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 뭐.....옮긴 글
거울을 본다,..참, 생각이 많고
복잡해진다.
내 얼굴이 불만스럽다는 것은 아니다..왜,..간단명료하게 내 모습을 정의할 수가
없을까?...
이런 앞모습인데,..어찌 뒷모습에까지 욕심을 부리랴...ㅎㅎㅎ..-semi's
mono-
화가 (위쪽부터) - 한인현 / 마이클 피어스 / 카스포 다비드 프리드리히 / 로베르토 리앙 / 이철수 / 이상원
/ 살바도르 달리 / 프리드리히 / 마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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