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詩 /고향(백석)

cassia 2005. 5. 25. 00:18
고향(백석)
 
고향(故鄕)

백석(白石)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연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이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시어, 시구 풀이]
북관(北關) : 함경남도 지방의 별칭
여래(如來) : 석가모니 여래의 약칭, 부처를 높여 부르는 말
관공(關公) : 삼국지에 나오는 관운장
막역지간(莫逆之間) : 벗으로서 아주 허물 없는 사이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 고향을 떠나 ‘북관’이라는 타향의 공간에서 유랑하는
시적 화자의 소외감과 고독감이 나타나 있다.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 석가모니 여래 같은 인자한 모습과
관운장 같은 긴 수염을 드리우고 있는 모습의 묘사를 통해 아버지의 이미지와의 유사성을
은근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신선 같은데’라고 하여
동화적 요소를 삽입, 과거 회상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각적 심상을 통한 직유법을 사용하였다.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 여기서 ‘아무개 씨’는 시적 화자의 아버지의 존함이었음을
다음 행에서 알 수 있다.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 막연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 의원의 웃음이 반갑고 따뜻하다.
의원은 ‘아무개 씨’인 그 분과 아주 허물없는 친구라고 말하고 있다.
아버지의 친구 분을 만난 것이다.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시적 화자는 여기저기 떠도는 중에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
갑자기 아버지의 손길처럼(고향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의원의 손길에서 이를 확인하고 있다.

[핵심 정리]
지은이 : 백석(白石, 1912-? ) 시인. 본명은 백기행(白蘷行). 평북 정주 출생.
1935년 ‘정주성’을 <조선일보>에 발표하여 등단. 그의 초기 시는
정주 지방의 사투리를 구사하거나 토속적인 소재들을 시어로 채택하여
파괴되지 않은 농촌 공동체의 정서를 드러내거나, 동화적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
이후에는 여행 중에 접한 풍물을 표현하는 기행시나 모더니즘 계열의 시를 창작하였다.
시집으로 <사슴>(1936), <백석 시 전집>(1987)이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서정적, 서사적
어조 : 다정다감한 어조
심상 : 감각(시각, 촉각)적, 서술적 심상

구성 :
1-2행 북관에서 병이 들어 의원을 뵘
3-7행 신선 같은 의원이 고향을 물음
8-12행 아무개 씨와 막역지간이라는 의원
13-15행 아버지의 친구로서 진맥하는 의원
16-17행 의원의 손길에서 느껴 오는 향수

제재 : 고향
주제 : 육친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
출전 : <사슴>(1936)
출처 : 레포트월드 (http://www.reportworld.co.kr)

 

고향의 노래-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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