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교육의 네 가지 우상

cassia 2005. 5. 15. 16:33

교육의 네 가지 우상

 

지난 토요일(7일) 고교생들의 촛불 집회를 두고 온 나라가 들끓었다.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한 대학생들의 시위가 역사의 뒤편으로 기울고 나니
이제 고교생들의 집단행동 시대가 온 것일까.
학생들은 오는 14일에도 두발 자유화 관련 시위를 한다고 하고,
교육당국은 다시 2008학년도 입시제도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분주하다.
언론과 국민들은 사태가 어찌 진전될까 숨을 죽인 채 주시하고 있다.

문득 베이컨이 말한 네 가지 우상이 떠오른다.

이래저래 엮어보면 요즘 교육계 상황이 그에 맞아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먼저 종족의 우상.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대학입시 제도는 모두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만들고,

학생들은 모두 대학에 가려 하고,

학부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에 보내려 하니

대학입시가 마치 교육의 모든 것인 양하게 된다.

실업계 고교도, 특수목적고도 대학 입시 유`불리로 평가받는 현실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 동굴의 우상.

자기만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고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빠져 있는 가장 심각한 무지다.

교육부는 이미 동굴에 갇혀 어두운 벽면을 바라보는 죄수나 다름없다.

이른바 공교육 정상화라는 횃불에 비친 그림자만 좇으며

대입제도 외에 딴 것은 보지도 비교하지도 않고,

심지어 이것은 진정한 정상화의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까지 짓눌러가며

동굴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는 꼴이다.

 

세 번째 시장의 우상.

시장에는 온갖 소문이 나돌아 퍼지면서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내신 성적이 대학입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교육부의 2008학년도 대입 기본계획이 나온 이후 꼬리를 물고 확대되는

내신과의 전쟁론이 바로 그렇다. 특히 언론의 책임이 크다.

침묵하는 한편으로 대학별 고사나 내신 비중 약화 또는

공정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대학들이 어떤 구체적인 전형계획을 내놓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체 틀만 보고 위기를 부추겨 화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다.

 

끝으로 극장의 우상.

배우의 연기에 관객들이 빠져들듯 어떤 주장이건

권위로 포장하면 쉽게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대표적이다.

서울대가 전형 방향을 한쪽으로 잡으면 마치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그쪽으로 갈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사실 서울대가 최근 발표하고 있는 논술 비중 확대나 심화,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동의하는 대학별 고사 등은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전국 대학의 절반 이상이 정원 모집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입시가 갈수록 힘들어지리라고 하는 건 상위권 학생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특기나 소질을 키우라는 충고 대신

내신 전쟁이나 입시 지옥을 강요하는 건 명백한 잘못이다.

엉터리 비유일 수도 있겠으나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덧붙여 보자.

최근 언론에 잇따라 소개된 새 책 ‘유미유동’이다.

1872년 중국이 선진 문명을 배우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9~15세 어린이 120명을 미국에 유학 보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당시 흥선 대원군의 쇄국정책에 따라 척양비를 세우던 우리나라의 모습이

우상에 빠져 있는 오늘날의 교육 현실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타인의 말을 듣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다.

 

매일신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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