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누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cassia 2005. 4. 23. 07:57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토머스 레벤슨 지음, 김혜원 옮김/해냄 펴냄

 

올해는 특수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과 아인슈타인 사망 50주년을 기려 유엔이 정한 ‘2005 세계 물리의 해’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빛’이 최근 전세계를 순회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다룬 책들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중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천재 과학자의 면모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세계까지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제 아들이 학문을 대단히 좋아하며 근면할 뿐더러 과학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귀하께 확실히 보증할 수 있습니다. 제 아들은 보잘것없는 저희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20대의 아인슈타인이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아인슈타인의 아버지가 대학의 교수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이 시절 아인슈타인은 대학뿐만 아니라 교사직, 보험회사 등 여러 직종에서 퇴짜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첫 직장인 특허청에서 양자물리학에 대한 논문을 여러 편 쓰면서 과학자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잠언 “완전한 과학은 일상적인 사고의 정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실제 그는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과학적인 사고를 도출해냈다. 독특한 통찰력을 발휘해, 지붕 위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특수상대성이론에 없어서는 안 될 관성과 무게를 이어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그는 서른한 살 무렵부터 노벨상 후보에 오르다가 1922년이 되어서야 노벨상을 받는다.

특허청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그는 발명하는 것도 좋아했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발명들의 물리학적 원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압계, 냉장고 등을 재미삼아 발명하기도 했다. 이 책은 1차 세계대전의 중심부 독일 베를린에 있었던 아인슈타인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급속한 변화 등 역사적인 묘사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1차대전이 발발하자 당시 베를린에 있던 아인슈타인은 주변 과학계와 지식계가 매우 철저하고 빠르게 국가숭배에 빠져드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특히 동료가 정직성을 버리고 전쟁에 사용될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개발해내는 것을 두고 비난했다. 이런 태도 때문에 민족주의자들의 암살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국제주의와 세계주의를 주창하는 사람이었고 전쟁을 어린 소년들 사이의 치명적인 싸움으로 보았다. “진정으로 인류 진보를 원한다면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전쟁의 찬미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뛰어난 과학자였고 정의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지만 다른 누군가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은 부족한 바람둥이였다. 한때 뜨거운 연애를 거쳐 결혼했지만 곧 부인에 대해서 ‘아내는 그저 해고할 수 없는 가정부’,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삶의 기쁨을 해치는 존재’라는 극언을 퍼부을 만큼 감정이 냉랭해졌다.

그 후 사촌인 이혼녀 엘자와 7년간의 연애 끝에 마흔 살에 재혼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엘자의 딸과도 염문을 뿌렸다. 재혼 후에도 계속 다른 침실을 썼으며 도통 말을 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아인슈타인의 연애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격변하는 세계사에서 이성을 잃지 않고 신념을 고수했다. 나치당에 대해서도 수많은 항의와 경고를 했다. 아인슈타인은 히틀러에 대해 “이 현대판 야만에 대한 전세계의 수동적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강연과 연구에 힘을 쏟았다. 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일은 멋없는 짓이야. 내 몫을 다했으니 이제 가야할 시간이야. 만약 지금이 죽을 시간이라면 난 품위있게 그렇게 할 것이네.” 라고 말한 후 조용히 숨을 거뒀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생애뿐만 아니라 격변하는 세계 정세와 그의 과학이론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 ‘과학자’, ‘평화주의자’, ‘바람둥이’ 등 여러 면모를 통해 그의 위대함을 강조하기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 그의 과학적 위대함은 오히려 인간적 평범함 때문에 더욱 빛을 낸다.

 

최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