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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문장배달 - 천운영,「내 다정한 젖꼭지」

cassia 2023. 5. 20. 10:09

이승우의 문장배달 - 천운영,「내 다정한 젖꼭지」

https://youtu.be/H6QEJP1jOMo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천운영의「내 다정한 젖꼭지」 를 배달하며

임종의 순간에, 그 자리에 같이 한 사람들이 느끼는 ‘한몸’ 같은 유대감에 대해 다른 말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대감이 죽음의 순간을 함께할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순간이든 ‘함께함’이 유대감의 요인이다. 무슨 일이든 함께할 때 서먹함이 사라지고 낯섦이 물러난다. 특히 격렬한 감정이 동반되는 일을 할 때 우리는 ‘한몸’이 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격렬한 감정에서 발산되는 어떤 에너지가 끈처럼 참여한 사람들을 묶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하거나 응원할 때 우리는 그런 기운을 감지한다.
   그런 기운이라면, 임종의 순간에 죽어가는 사람의 몸의 어느 부분인가를 만지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것보다 강렬하고 압도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그 공간을 가득 채운 에너지는 산 사람에게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지금 막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고 있는 사람에게서도 나온 것일 테니까. 영혼, 즉 신의 숨결이 스며 있을 테니까. 그 순간이 슬픔만이 아니라 ‘두려움과 떨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문학집배원: 소설가 이승우 2023.05.18(thu)
출전: 천운영「내 다정한 젖꼭지」『반에 반의 반』 문학동네, 2023,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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