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박준의 시배달 - 박철,「김포행 막차」

cassia 2022. 1. 6. 09:31

박준의 시배달 - 박철,「김포행 막차」

 

 

박철,「김포행 막차」을 배달하며
   늦은 밤, 마지막 배차 순서의 버스가 달리는 풍경이 선연하게 그려집니다. 버스 안에 혼자 남아 있던 손님까지 목적지에 잘 도착한 것이고요. 그 손님은 이내 골목 끝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 손님이라는 존재를 시간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이 작품의 의미는 한결 넓어집니다. 그동안 기쁘지 않은 시간만큼 울었고요. 슬프지 않은 시간만큼 취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막차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손님이 없지만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 버스를 운전하는 한 사람이 핸들을 꼭 쥐고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힘든 일도 많고 사랑도 많았던 지난 시간들을 다 흘려보내고 이제 나만의 호젓한 시간이 펼쳐진 것입니다. 어둠 속 벌판을 달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밝은 빛이 눈앞에서 비치고 있습니다. 한결 더 가볍게 그리고 땅의 굴곡을 거부하지 않고 적당히 흔들려가며 향하는 막차. 이 장면에서 어떤 거룩함마저 느껴집니다. 막차는 오늘의 마지막 차이지만 동시에 내일의 첫 차와 가장 가까운 시간으로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집배원 / 시인박준


작가 : 박철 『김포행막차』(창비, 1990)

출처 / 문학광장 2021.12.30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