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배달 - 신대철,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
신대철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를 배달하며
저는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싫어한다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무서워합니다. 납량(納涼)이라는 말도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후터분한 여름날에도 이런 서늘함과 떨림은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덥고 늘어지는 게 낫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서운 것들은 하나같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신(神)이나 영혼(靈魂)라는 것이 그렇고 믿음(信)이나 영원(永遠)도 그렇지요. 존재하는데 내가 못 보는 것인지 존재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혹은 너무 멀리 있어서 안 보이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신뢰하는 인간의 습성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두운 바다가 보이지 않으니까 등대를 믿어야 하고 상대의 마음이 보이지 않으니 대신 눈빛을 믿어야 하지요.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더 굳게.
간혹 환영이나 환청 같은 것들까지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문학집배원 / 시인 박준 2021.08.26 (목)
작가 : 신대철
출전 :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문학과지성사, 2000) (http://moonji.com/book/5196/)
출처 / 문학광장 2021.08.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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