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시배달 / 김영승 「반성 673」

cassia 2021. 7. 29. 14:54

김영승 「반성 673」

 

 

김영승 「반성 673」을 배달하며

 

식구를 밖에서 만나는 것은 우연에 가까운 일이지만 만났을 때 공연히 서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 서럽다는 말에는 애틋하다 애처롭다 가엽다 미안하다라는 마음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아울러 반가우면서도 난처하며 동시에 근원을 알 수 없는 화도 조금은 섞여드는 것일 테고요. 그렇게나 무거운 짐을 양손에 들었는데 왜 택시는 안 타고 버스를 타고 온 것인지, 번번이 밥때를 놓치고 다니는 것인지, 이제 그 옷은 그만 입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아직도 그 외투를 입는 것인지. 이런 물음들도 치밀어오릅니다. 하지만 점점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그냥 웃고 마는 것이 보통입니다. 내 앞에 선 그가 나를 보며 웃는 것처럼.

 

작가 : 김영승
출전 : 「반성」(믿음사, 1987)

 

문학집배원 시인박준 2021.07.29 (목)

 

1983년 출생. 2008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산문집『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시 그림책『우리는 안녕』. 제7회 박재삼 문학상, 제29회 편운문학상, 201 7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제31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출처 / https://munja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