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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현 「오늘의 일기예보」를 배달하며

cassia 2020. 11. 26. 15:45

한정현, 「오늘의 일기예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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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현 「오늘의 일기예보」를 배달하며

 

    소설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요? 종종 혼자 생각해볼 때가 있습니다. 오늘 당장 소설이 사라진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지 않을까? 소설이 사라진다고 해서 모두의 소득이나 건강, 명예나 기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그래도 소설이 잘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기억’이죠. 특히 보잘 것 없어서 잊혀지고, 잊어버리고 싶어 잊어버린, 작고 연약하고 이름 없는 것들을 떠올리는데 선수입니다. 소설가 한정현의 첫 소설집은 그런 기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모두 대문자 역사에서 누락된 소수자들의 이야기죠. 애도되지 못한 존재들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여러 생각이 오갈 수 있지만, 아마도 그건 사랑의 맹세 같은 것일 겁니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간직한다는 것, 내 안에 그 사람을 함부로 정의하지 않겠다는 의지. 시를 좋아했고, 시인도 좋아했지만 모두를 위해 기꺼이 혁명도 함께 한 고모. 그 고모를 복원하고 기억하는 조카의 마음이 청량한 공기처럼 소설 전면에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문학집배원 소설가 이기호 2020.11.26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한정현

출전 : 『소녀 연예인 이보나』 p108~p110. (민음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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