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문태준, 「어두워지는 순간」

cassia 2020. 9. 17. 15:42

문태준, 「어두워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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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어두워지는 순간」을 배달하며

 

    프랑스 사람들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지.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칠 늑대인지 분별할 수 없는 시간. 모든 것의 실루엣이 흐려지고 뭉개지는 시간. 그래서 개이기도 하고 늑대이기도 하고 나무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한, 그 모든 것이 되는 시간. 어두워지는 순간은 그런 시간이지. 그리고 저물녘 노을의 아름다운 회오리를 보고 있으면, 여기 한 시인과 같이 우리도 “오래오래 전의 시간과 방금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을 버무린다는 느낌”이 들지. 세상의 모든 사물과 모든 시간이 버무려지는 ‘순간’. ‘영원성’이 현현하는 ‘순간’. 그러므로 늑대처럼 오래 우는 저 한 마리 개는 “다른 개의 배에서 머무르다 태어나서 성장하다 지금은 새끼를 밴 개”로 울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두워지는 순간에는 내가 모르는 당신의 모든 시간을 문득 살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두워지는 순간에는 우리의 작은 영혼에도 커다란 용서가 머무는 것이다.

 

문학집배원 시인 김행숙 2020-09-17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문태준

출전 :『맨발』(창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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