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심보선, 「‘나’라는 말」

cassia 2020. 6. 12. 19:09

심보선, 「‘나’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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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나’라는 말」을 배달하며


   나르키소스가 사로잡힌 사랑은 저주받은 것이었습니다. ‘나’라는 말이 “당신의 귀를 통과”해서 “당신의 입을 통해” ‘너’라는 말로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아름다운 소년은 끝내 사랑이 아니라 거울에 빠져 죽고 맙니다. ‘나’라는 말은 당신이라는 타자에게 가기 위한 말입니다. ‘나’라는 말은 나의 지평선을 찢고 당신이라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꺼내놓는 말입니다. ‘나’라는 말이 어떻게 당신에게 가닿았을까요?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너’로 돌아오는 ‘나’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나’입니다. 그것은 거울에 비친 내가 아니라 당신이 보내는 선물처럼 배달된 ‘나’입니다. 이 세계에 당신이 있어서, 나는 ‘나’라는 말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에게 내 영혼의 건반을 눌러 ‘너’라는 말을 보냅니다.


문학집배원 시인 김행숙 2020-06-11 (thu)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심보선

출전 :『눈앞에 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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