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함민복, 「버스에서」

cassia 2019. 10. 24. 09:51

함민복, 「버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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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버스에서 」를 배달하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구나. 중늙은이 사내를 어려지게 하고 창밖의 무정물들과도 희로애락의 인연을 나누게 하는구나. 왜 그렇지 않을까. 일찌감치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성선설」 전문)라고 노래했던 시인이 아니던가. 함박꽃과 민들레와 복사꽃을 닮은 함민복 시인 덕분에 질주만 할 줄 알았던 버스가 포근한 요람으로 바뀌고 있다. 임산부와 태아와 시인과 창밖의 풍경들이 한 몸으로 이어지는 이 또 하나의 '성선설'을 나는 염치도 없이 읽는다. 이 시를 읽는 순간만이라도 '나보다 선한 나'가 생겨나는 것 같아서. 시인은 시작 노트에서 '태아의 심장소리에 무엇을 더 보태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문학집배원 시인 손택수 2019-10-24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함민복
출전 : 《시와함께》 창간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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