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그리움엔 길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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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 「그리움엔 길이 없어」를 배달하며…
왜 '괭이갈매기'가 아니고 '재갈매기'인가. 왜 '출렁출렁'이 아니고 '자란자란'인가. '쓰러지다'나 '무너지다' 대신 '주저앉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재갈매기-재다-자란자란-주저앉다'로 연결되는 음의 연쇄는 재갈매기가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없는 필연의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한다. 한발짝 더 나아가 자음 'ㅈ'이 뜻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뜻을 뿜어내는 장면을 보라. 하늘을 '재는' 상승과 '주저앉은' 하강을 동시에 품고 운동하는 '자란자란'에 이르면 넘칠 듯 말 듯한 그리움의 밀도까지 생겨난다. 소리내어 외워야 맛이 나는 시가 있다. 이런 시들은 시각보단 청각에 더 호소한다.
문학집배원 시인 손택수 2019-09-26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작가 : 박태일
출전 : 박태일 시집 『약쑥개쑥』, 문학과지성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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