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23) 보춘화(報春花)]

cassia 2016. 3. 30. 17:54


야생화 촬영 60년 만에 처음 본 '1경2화' 報春花!

<한국야생화도감>에는 보춘화를 두고 ‘뿌리 하나에 꽃이 하나씩 달리는 1경1화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이른 봄에 뿌리로부터 잎보다 훨씬 짧은 한 개의 화경이 나와서 끝에 한 개 때로는 두 개의 꽃이 달린다’로 돼 있다. 즉 한 도감에서는 1경1화로, 다른 책에서는 1경2화로 설명한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2013년 4월 여수 앞바다 초도에 야생화 촬영을 갔다. 여든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아직 전국을 누빈다. 22년 동안 야생화 달력을 1년도 빠지지 않고 만든 관록은 그를 ‘Walking Wildflower(걸어 다니는 야생화)’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으며, 그 평생 습관은 이제 완전 몸에 배었을 정도다. 집에 있으면 좀이 쑤셔 견딜 수 없다고 한다.

 
1경2화의 보춘화가 이름 그대로 숲 속 외진 곳에서 봄을 알리며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학명 식물계(Cymbidium goeringii (Rchb.f.) Rchb.f)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외떡잎식물강(Monocotyledoneae)
아스파라거스목
난초과
보춘화속

그날도 초도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다니다 유독 야생화 한 개체가 눈에 쏙 들어왔다. 하나의 꽃대에 두 개의 꽃이 피어 있는 춘란이었다. 놓치지 않고 바로 렌즈에 담았다. 잎은 본 적이 있는 듯했지만 꽃대 하나에 꽃 두 개는 처음이었다. 변종인지 희귀종인지 알 수 없었다. 이응노 박사는 이미 고인이 된 뒤였다. 평소 안면이 있는 학자들을 찾아 물었다. 식물학자 현 모 박사와 환경부 소속 이 모 박사에게 “어떤 야생화인지, 어떤 종인지 알 길이 없다. 이 야생화는 무엇인가?”라며 가르쳐 달라고 했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원래 식물학자들 반응은 처음 발견하는 희귀종 아닌 다음에야 별무신통인지라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원체 속을 알 수 없었다. 일단 그냥 넘어갔다.

문 작가는 1년 뒤 비슷한 날짜에 다시 그 장소에 확인하기 위해 갔다. 그대로 1경2화를 간직한 채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후 울릉도, 제주도, 고창 선운사 뒤편과 안면도에서 잇달아 봤다. 문 작가는 “1경1화의 보춘화는 수없이 관찰했지만 1경2화가 희귀종인지, 하나의 새로운 종인지, 흔히 볼 수 있는 종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며 “누가 아는 사람 있으면 정확히 좀 가르쳐 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1경2화의 사진을 월간<산>을 통해 처음 공개한다”고 밝혔다. “1경2화의 보춘화를 어디서 누가 봤는지 발표했는지 그런 소식이나 자료를 야생화 촬영 60년이 넘었지만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보춘화(報春花). 이름 그대로 봄을 알리는 꽃이다. 일명 춘란이라 부른다. 봄을 알리는 수많은 꽃 중에서도 이름과 맥을 같이하는 야생화다.

보춘화는 관상용으로 지금은 많은 품종이 개발돼 있다. 과거 한때 잎의 속줄무늬(일명 중투호·中透縞) 가격이 100만 원 이상 호가한 적이 있다. 요즘은 당시의 10분의 1가격으로 떨어졌지만.

<야생화도감>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보춘화는 또는 춘란은 난초과의 식물이며 다년생 초본이다. 한국·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한국에서는 충남 이남 산지의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생육환경은 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집단적으로 자라며, 최근에는 내륙에서도 많은 자생지가 관찰된다. 꽃대 길이는 10~25㎝, 잎 길이는 20~50㎝ 정도이다. 잎은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미세한 톱니가 있으며 가죽처럼 질기며 진록색이 나고, 길이는 20~50㎝, 폭은 0.6~1㎝로 뿌리에서 나온다. 꽃은 3~4월에 피며, 백색 바탕에 짙은 홍자색 반점이 있다. 안쪽은 울퉁불퉁하고 중앙에 홈이 있으며, 끝이 3개로 갈라지고 길이는 3~3.5㎝가량 되고 연한 황록색이다. 열매는 6~7월경에 길이 약 5㎝ 정도로 달리고 안에는 먼지와 같은 종자가 무수히 많이 들어 있다. 보춘화는 생육환경 및 조건에 따라 잎과 꽃의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품종이다. 주로 관상용으로 쓰인다.’

남부와 중남부 해안에 주로 자라며, 간혹 내륙에서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식물의 북방한계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보춘화도 최근 강원도에서 관찰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 한국야생화도감뿐만 아니라 식물도감의 한계선을 전부 새로 고쳐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2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었기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 연재를 시작한다.

 



출처 : 월간산 [557호]2016.03.30 (수)
글·박정원 부장대우
사진·문순화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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