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장석주,「심해어」(낭송 정준식)

cassia 2015. 12. 7. 22:05

장석주,「심해어」(낭송 정준식)

 

장석주, 「심해어」

 

 

세상은 어지러웠다.
어제의 친구가 적으로 표변하여
벼린 칼을 겨누고
베는 세태가 무서웠다.
세상을 등지는 게
살길로 보였다.


눈 감고 귀 막은 채
숨어 살지만
누군가에게는 빛으로 발광(發光)한다.
어둠 속에서 몸을 환하게 밝히는
저 은둔 군자들!


시_ 장석주 – 1955년 충남 연무에서 태어났으며, 1975년 《월간문학》,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햇빛사냥』,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절벽』, 『몽해항로』 등이 있음.

낭송 – 정준식 – 성악가. 이탈리아 F.TORRE FRAN CA 국립음악원 졸업. 서울시 오페라단, 로얄오페라단 등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

출전_ 몽해항로 『몽해항로』(민음사)

음악_ 권재욱

애니메이션_ 박지영

프로듀서_ 김태형


장석주, 「심해어」를 배달하며


시인을 굳이 심해어나 은둔 군자라고 우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시인은 많은데 심해어처럼 깊은 바다에 살거나 어둠 속에서 몸을 환하게 밝히는 시인은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눈 감고 귀 막은 채 바다 깊이에 살지만 실은 누구보다 투명하게 눈과 귀를 열어 놓고 빛으로 발광하는 존재! 그런 언어로 존재하고 싶은 것이 시인이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떠난 후 겨울 찬비 속에 젖은 채 어는 빨래를 보며 뒤늦게 깨닫는 시인. 내가 사랑했던 건 영혼이 아니라 당신의 그 허리! 라고 실토하는 시인.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시&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