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김태형, 「재단사」 (낭독 성경선)

cassia 2015. 7. 27. 21:45

김태형,「재단사」(낭독 성경선)


 

 

김태형, 「재단사」


이끼 낀 안개 한 자락을 걷어다 스카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 가장 먼 곳에서 앉은뱅이 재봉틀 앞에 앉아 온갖 무늬들을 떠올리면서

두 손은 힘차게 계곡을 흘러가고 있습니다

코끼리가 그의 손을 이끌고 구름 속으로 가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골목 가판대에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가방을 하나 걸어놓았습니다


시_ 김태형 -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2년 《현대시세계》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로큰롤 헤븐』『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코끼리 주파수』『고백이라는 장르』, 시선집 『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 산문집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 『아름다움에 병든 자』 등이 있다.

낭송_ 성경선 - 배우.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출전_ 고백이라는 장르 『고백이라는 장르』(장롱)
음악_ 정겨울
애니메이션_ 박지영
프로듀서_ 김태형


김태형, 「재단사」를 배달하며

 

언뜻 훔쳐 본 성녀의 속옷처럼 안개란 잠시 와서 지상의 발등을 적시고는 이내 사라진다. 시인의 언어는 스카프를 만드는 안개이다.

이끼 낀 안개가 다녀간 자리란 얼마나 부드러운가.

그의 언어, 그의 유랑은 세상의 가장 먼 곳을 떠돌지만 결국은 앉은뱅이 재봉틀 앞에 앉는 모순의 계곡물 소리로 넘친다.

그가 만든 스카프를 두르고 사막에서 구름을 넘어, 어느 비 지나간 후 보석 같은 시 주렁주렁 담은 시집에 당도한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시&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