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명수,「혼자 밥 먹다」(낭송 이준혁)

cassia 2015. 2. 10. 03:58

이명수,「혼자 밥 먹다」(낭송 이준혁)

 

 


이명수,「혼자 밥 먹다」


가을 한철 ‘자발적 유배’ 살이를 했다
추사는 내가 기거하는 고산과 이웃한 대정 귤중옥(橘中屋)에서 9년 간 ‘위리안치(圍籬安置)’ 유배살이를 했다
가시방석에 앉아 혼자 밥을 먹으며 추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키이스 페라지의 「혼자 밥 먹지 마라」를 읽으며 혼자 밥을 먹는다
앞집, 옆집, 뒷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도 혼자 밥을 먹는다
“서쪽에서 빛살이 들어오는 주방, 혼자 밥을 먹는 적막”*에서 시간과 겨루어 슬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추사는 가시밥을 먹고 한기 서린 책을 읽으며 세한도(歲寒圖)를 그렸다 그에게 혼자 밥 먹는 일은 온축(蘊蓄)의 의식이었으리라
추사 곁에서 배운 ‘온축’의 힘으로 시를 쓴다
자발적 유배지에서 쓴 시가 사막에 버려진 무상 경전이 되어도 좋으리

 

*박경리의 시 「못 떠나는 배」의 한 구절


시_ 이명수 - 이명수(1945~ )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1975년 월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공한지』 『울기 좋은 곳을 안다』 등이 있다.

낭송_ 이준혁 – 배우. 연극 '날자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달무리' 등에 출연.
출전_ 바람코지에 두고간다   『바람코지에 두고 간다』(문학세계사)
음악_ Narciss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이명수,「혼자 밥 먹다」를 배달하며

 

추사는 제주도에서 유배살이를 했지요. 그 유배살이가 얼마나 고달픈가는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추사는 가시밥을 먹고 한기 서린 책을 읽으며 ‘세한도’를 그렸어요. 그 추사의 시린 삶을 떠올리며 ‘나’ 역시 제주도에서 ‘자발적 유배’를 살고, ‘위리안치’ 형벌을 고스란히 받아요. 앞집, 옆집, 뒷집 할머니들도 혼자 살고 혼자 밥을 먹지요. 시인은 혼자 밥 먹는 것을 ‘온축의 의식’이라고 하네요. 고독을 견디면 그만큼 내공이 커진다는 말이겠지요. 과연 자발적 유배지에서 혼자 밥 먹으며 적막과 겨루며 쓴 ‘나’의 시도 ‘무상 경전’이 될 수 있을까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별뜨락새벽산책 시&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