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초혼(招魂) - 김소월

cassia 2014. 6. 23. 09:04

      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