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잉게보르크 바하만, 「설명해 줘요 내게, 사랑」(낭송 성경선)

cassia 2013. 8. 26. 21:39

    잉게보르크 바하만, 「설명해 줘요 내게, 사랑」(낭송 성경선)
     

     

    잉게보르크 바하만, 「설명해 줘요 내게, 사랑」


    당신 모자가 조금 느슨하군요, 인사를 하고, 바람에 들썩이는군요.

    당신의 벗겨진 머리는 구름을 걸치고 있고

    당신의 가슴은 어딘가 다른 곳과 맺어져 있으며

    당신의 입은 새로운 언어와 한몸을 이룹니다.

    시골의 방울풀이 곳곳에 무성하고

    여름은 아스터꽃을 불어 일으키고 또 불어서 없앱니다.

    꽃송이에 날려 당신은 눈감은 채 얼굴을 드는군요,

    당신은 웃고 당신은 울고 당신 자신 때문에 지칩니다.

    무슨 일이 생겨야 하는 것인지…


    설명해 줘요 내게, 사랑!


    공작이 화려한 놀라움의 몸짓으로 깃을 텁니다.

    비둘기는 털깃을 높이 올리고

    가득찬 노마(駑馬)들 가운데서 공기는 팽창되구요.

    야생 벌꿀로부터 받아들여요.

    온 마을이 사람 가득 앉은 정원에서도

    모든 금빛 꽃가루가 화단마다 술을 붙이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홍조를 띄우며, 무리를 앞질러 가면서

    동굴을 지나 산호밭으로 넘어지고

    전갈이 수줍게 은모래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딱정벌레가 멀리서 가장 근사한 냄새를 풍깁니다.


    내가 그저 그 감각기관(感覺器官)을 가졌다면, 나는 또

    날개가 그 갑옷 아래에서 번득이는 것을 느낄 텐데요.

    그리고 먼 딸기 덩굴로 가는 길을 취할 텐데요.


    설명해 줘요 내게, 사랑!


    물은 이야기를 할 줄 알지요,

    물결은 물결끼리 손을 잡고

    포도밭 산에서는 포도덩굴 부풀어 가고, 튀어나오고, 떨어집니다.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달팽이가 집에서 나오는군요!


    하나의 돌은 다른 돌을 부드럽게 할 줄 안답니다!


    설명해 줘요. 내게, 사랑이여, 내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소름끼치는 짧은 시간을

    그저 상념(想念)들과 교제를 해야 하고 오직

    사랑이 아닌 것을 알고 사랑이 아닌 것을 해야 할까요?

    사랑은 생각이란 걸 해야 합니까? 그런 게 없이 되는 상태는 없나요?


    당신은 말하는군요; 다른 정신이 있을 수도 있지……

    아무것도 설명하지 마세요. 온갖 종류의

    불들을 통해서 나는 도롱뇽이 걸어가는 것을 봅니다.

    어떤 구경꾼도 놈을 사냥하지 못하죠, 놈을 아프게도 하지 못하구요.


    (김주연 역)


    시_ 잉게보르크 바하만 – 시인, 소설가, 방송극 작가, 에세이스트. 1926년 오스트리아 캐른텐 지방 클라겐푸르트에서 출생. 빈의 방송국에서 3년간 라디오 방송을 위한 수많은 각색을 했으며, 1952년 그룹 낭독회에서 작품이 처음으로 낭독되었다. 1953년 처녀시집 『유예된 시간』으로 '47그룹'의 일원이 되었고, 이를 통해 문단에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독일비평가협회상 수상작인 『삼십세』, 그리고 『대웅좌의 부름』, 『말리나』 등이 있다. 브레멘 시 문학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등을 수상함.

    낭송_ 성경선 – 배우.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출전_ 장미와 벼락속에서 ☜클릭『장미의 벼락 속에서』(열음사)

    음악_ 최창국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잉게보르크 바하만, 「설명해 줘요 내게, 사랑」을 배달하며

     

    온 우주는 사랑의 섭리로 이어져 있지만 사람들은 사랑이 아닌 것을 권합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밟지요. 그래서 바하만은 이렇게 절규합니다. "사랑이 아닌 것을 알고 사랑이 아닌 것을 해야 할까요? /사랑은 생각이란 걸 해야 합니까? 그런 게 없이 되는 상태는 없나요? " 그리고 이어서 '아무것도 설명하지 말'것을 청합니다. 사랑은 사람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랑'이 설명해줘야 한다는 것을. 

     

    "당신의 가슴은 어딘가 다른 곳과 맺어져 있으며 /당신의 입은 새로운 언어와 한몸을" 이루고 있다는 이 매혹적인 시를 이제 사랑을 시작하는 모든 이에게, 아니 사계절이 사랑의 계절인 모든 이에게 권해보는 바입니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당신 가슴이 어딘가 다른 곳과 맺어져 있지 않고/ 당신 입에서 새로운 언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은 사랑이 떠난 화석의 사람이란 것을 경고하는 시이기도 하니 권태는 껍질을 벗고 사랑이라는 생살의 쓰라림을 택하는 것이 어떠한가! 이렇게 권유하는 듯합니다. 

     

    "하나의 돌은 다른 돌을 부드럽게 할 줄 안답니다! 하나의 돌은 다른 돌을 부드럽게 할 줄 안답니다! 하나의 돌은 다른 돌을 부드럽게 할 줄 안답니다!......"

    이러한 메아리를 가슴에 두르고 살아가려면 이러한 시를 가슴에 두르고 살아야지요.

     

    문학집배원 장석남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