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셰이머스 히니, 「박하」(낭송 박신희)

cassia 2012. 8. 6. 06:21
    셰이머스 히니, 「박하」(낭송 박신희) 셰이머스 히니, 「박하」  그것은 작은 먼지투성이 쐐기풀 덤불 같았다, 집 박공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쓰레기와 오래된 병을 내다버렸던 곳 너머: 초록빛 띤 적 한 번 없고, 거의 관심 아래였던. 하지만, 공정하게 말해서, 그것 또한 의미했다 가망과 새로움을 우리 삶의 뒷마당에서 마치 아직 애송이지만 끈질긴 어떤 것이 어영부영 초록 샛길로 들어와 유포되는 것처럼. 가윗날의 싹둑자름, 빛, 일요일 아침의, 박하 잎이 잘리고 사랑받을 때: 나의 마지막 것들은 처음의 것일 것, 내게서 빠져나가는. 하지만 모든 것 그냥 둬야지 살아남았다면. 박하 향 어지러이 무방비로 퍼지게 둬야지 마당 안에 해방된 그 동거인들처럼. 우리가 무시하여 저버렸기에 우리가 적대했던 그 무시된 이들처럼.                        (번역: 김정환)   시_ 셰이머스 히니 - 1939년 북아일랜드 데리 주 모스본 출생. 1972년 아일랜드 국적 취득. 시집 『자연애호가 한 명 죽다』『끝까지 겨울나기』『북쪽』 『정거장 섬』『산사나무초롱』『기포수준기』『헛것을 보다』『인간 사슬』등, 산문집 『혀의 지배』 등, 희곡 『테베에서의 장례식』 등이 있음. 현재 가끔 문학강연을 하러 다니고, 대개 아일랜드의 자택에서 칩거생활을 즐기고 있음.   낭송_ 박신희 - 성우. <주말의 명화> <과학수사대CSI> 등에 출연.   출전_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 』(문학동네)   음악_ 교한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셰이머스 히니, 「박하」를 배달하며 평소 눈여겨본 적 없고 발길도 뜸했던, 그저 그런 들판과 이어지는 집 뒤편에서 볕 좋은 일요일 아침 화자는 뜻밖에 박하 덤불을 발견하고 쪼그려 앉아 이파리 하나를 뜯었으리라. 그 이파리를 손끝으로 살짝 으깨 코밑에 대보고 살짝 씹어 보기도 했으리라. 콧속과 입안에 쌔하게 퍼지는 박하향. 문득 가슴도 쌔해진다. “초록빛 한 번 띤 적 없고, 거의 관심 아래였던’, ‘우리가 무시하여 저버렸기에/ 우리가 적대했던 그 무시된 이들”, 야생으로 자라는 ‘작은 먼지투성이 쐐기풀 덤불’ 같은 이들은 ‘우리 삶의 뒷마당’의 초록존재들이다. 나(화자) 자신에게도 공정하게 말하자면, 그 초록 또한 의미 있는 ‘가망과 새로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시인 김정환이 번역한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은 ‘찾아보기’까지 쳐서 무려 1250페이지짜리 책이다. 참으로 읽음직스럽다. 가령, 장소를 옮겨 마저 읽으려고 「박하」가 실린 페이지 780에 검지를 끼우고 책을 닫은 채 엄지손가락으로는 뒤표지를,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는 앞표지를 누르며 책을 들어 올릴 때의 그 손맛이라니! 줄자로 재보니 가로 11.5cm, 세로 18.5cm, 두께 5cm. 어떤 대식가도 만족시킬 만하게 푸짐한, 어떤 미식가도 제 입맛에 맞건 안 맞건 고개를 끄덕일 만하게 세심히 지어진, 이 시전집의 저자 히니는 “서정적 아름다움과 윤리적 깊이를 갖추어 일상의 기적과 살아 있는 과거를 고양시키는 작품을 썼다”는 선정 평이 딸린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늪의 석탄을 캐는 광경에서 “그들이 발가벗기는 한 켜 한 켜 모두 전에 야영한 적 있는 것 같다”며 두근두근해 하기도 하고, 히니의 시들에는 그가 나고 자라난 북아일랜드 소택지 마을의 늪, 침니-퇴적층에 대한 묘사가 많다. 히니는 매장량 풍부한 광구에 소속된 광부처럼 복된 시인인데, 시인의 복인 그 퇴적층은 고통에서 헤어날 날 없었던 아일랜드 민중의 삶이 켜켜 괸 늪인 것. 문학집배원 황인숙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