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서영처, 「베니스의 뱃노래」(낭송 황혜영)

cassia 2012. 7. 16. 02:33
    서영처, 「베니스의 뱃노래」(낭송 황혜영) 서영처, 「베니스의 뱃노래*」  화창한 날 멘델스존 씨와 뱃놀이를 갔지요 가까운 선창에서 우린 곤돌라를 탔지요 수로마다 떠 있는 곤돌라들 현악기군처럼 조용히 바다를 연주하고 있었지요 그이도 노를 잡고 물결의 현을 켜기 시작했어요 건반 앞에 앉아 나는 출렁거림을 무릎으로 불러들였지요 페달을 깊숙이 밟을 때마다 배는 몸을 뉘며 물살 위로 미끄러졌지요 산들바람 불어오고 바다 내음이 코끝에 뭉클 밀려왔어요 하늘은 양다리를 좌악 벌리고 태양의 붉은 속과 무성한 금빛 털을 죄다 보여주었지요 바글거리며 기생하는 희망들 바서져 내리는 찰나들로 눈이 시렸어요 오래전 다리 밑에 버렸던 핏덩이 같은 추억들 일깨우는 폭양 아래 흔들려가는데 느닷없는 방역차의 굉음에 바닷물은 빠져나가고 곤돌라는 딱딱한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어요 멘델스존 씨요? 어쩌면 수장된 제 생각들을 찾아 여태 어느 깊숙한 몸의 수로를 헤매고 있는지 몰라요               *멘델스존, <無言歌> 중 베니스의 뱃노래 F# 단조   시_ 서영처 - 1964년 경북 영천 생. 시집 『피아노 악어』가 있음. ‘시인광장’에 에세이 「서영처의 시와 음악」 연재 중   낭송_ 황혜영 - 배우. 연극 <타이피스트>, <죽기살기>, 등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하모니> 등에 출연.   출전_ 『피아노 악어』(열림원)   음악_ 펠릭스 멘델스존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서영처, 「베니스의 뱃노래*」를 배달하며 <베니스의 뱃노래>를 멘델스존은 실제 베니스를 보고 만들었다 한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나한테 베니스는 상상 속 물의 나라다. 이 시의 정경이 실제 베니스와 얼마나 닮아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시를 읽으며 상상 속 베니스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 시가 의도하는 건 베니스를 관광시켜 주는 게 아닐 테다. 이 시를 가득 채우는 건 선율과 추억이다. “건반 앞에 앉아 나는/출렁거림을 무릎으로 불러들였지요/페달을 깊숙이 밟을 때마다/배는 몸을 뉘여 물살 위로 미끄러졌지요” 베니스가 아닌 곳, 자기 방에서 피아노로 아마 <베니스의 뱃노래>를 연주하는 화자가 관능적으로 그려져 있다. 종종 연주회에서 외설스런 느낌을 받았던 연주자 동작들이 떠오른다. 악기는 음악가가 교접하는 음악의 몸뚱이일래라. 그 관능은 점점 치달아, 달고 뜨거운 한여름 향취 물씬한 베니스에서의 “바글거리며 기생하는 희망들/바서져 내렸던 찰나들로 눈이 시렸”던 순간을 되살려낸다. 아 그러나, ‘느닷없는 방역차의 굉음’! 화자는 멘델스존 씨와의 황홀한 이중주에서 여지없이 낚아채어 울퉁불퉁 딱딱한 현실의 바닥에 패대기쳐진다. 서영처는 대학교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전공한 시인이다. 그이 시편들은 ‘음악적 상상력’으로 출렁인다. 문학집배원 황인숙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