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조은, 「언젠가도 여기서」(낭송 천정하)

cassia 2012. 6. 11. 02:35
    조은, 「언젠가도 여기서」(낭송 천정하) 조은, 「언젠가도 여기서」   언젠가도 나는 여기 앉아 있었다 이 너럭바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때도 나는 울지 않았다 가슴속 응어리를 노을을 보며 삭이고 있었다 응어리 속에는 인간의 붉은 혀가 석류알처럼 들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슬픔의 정수리로 순한 꽃대처럼 올라가 숨결을 틔워주던 생각 감미롭던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산 아래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 내가 뿜어냈던 그 향기를 되살리기가 이렇게도 힘들다니……   시_ 조은 - 1960년 경북 안동 출생.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생의 빛살』.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낯선 길로 돌아오다』『마음이여, 걸어라』 등. 장편동화 『햇볕 따뜻한 집』『다락방의 괴짜들』『동생』 등. 현재  농민신문에 에세이  <시인 조은의 ‘세상을 읊다’> 연재 중.   낭송_ 천정하 - 배우. <청춘예찬>, <남도1> 등에 출연.   출전_ 『생의 빛살』(문학과지성사)   음악_ 심태한   애니메이션_ 민경   프로듀서_ 김태형  조은, 「언젠가도 여기서」를 배달하며 조은은 성심의 인간이며 성심의 시인이다. 성심(聖心)에 이르는 성심(誠心). 인간으로나 시인으로나 무심하고 태만한 나는 문득 감동하고 반성한다. 그런데 나만하기도 쉽지 않은 건지(^^) 반성은커녕 불편해 하기만 하는 사람이 있으니, 조은은 종종 외로울 것이다. 「언젠가도 여기서」를 읽다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슴속 응어리가 될 정도로 시인을 슬프게 한 어떤 “인간의 붉은 혀”를 석류알에 비유한다? 석류알의 고혹적인 빛깔과 모양을 가만히 떠올리다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그 혀, 언제까지라도 생생할 듯 요사스런 석류알은 지금 내 입에 침이 고이듯 시인의 가슴에 연신 피가 고이게 하는 것이리라. 이치로도 감각으로도 딱 와 닿는다. 그 기분 나쁜 몹쓸 혀를 섹슈얼하기까지 한 석류알로 윤색하는 시인의 산뜻한 성심이여. 어…… 그런데…… 실은 이 시가 섹슈얼한 외로움과 추억과 서글픔을 토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스친다. 그런 코드로 읽으니 또 다른 맛이 난다. 문학집배원 황인숙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